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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저임금제 도입, 노동생산성 높였지만 일자리 줄였다”…KDI 연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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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가 노동생산성은 높이지만 일자리의 절대 숫자는 줄였다는 연구 결과를 KDI 연구원들이 내놨다.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들의 퇴출이 느는 상황에서 신규 진입 기업은 좀 더 자본집약적인 공정을 채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은 기업의 퇴출 및 진입 과정에서 노동 수요에 영향을 미친다는 동학(動學·dynamic)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셈이다. 기존 기업들은 잔업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산출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지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창근, 박우람 KDI 연구위원 등 연구팀은 22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에서 열린 ‘기업 데이터 비교분석(CAED·Comparative Analysis of Enterprise Data)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최저임금제 도입에 대한 고용주들의 대응 및 기업의 노동생산성(Minimum Wage Introduction, Employer Response, and Labor Productivity of Firms: Evidence from South Korea)’ 논문에서 이 같이 말했다. 연구진은 1987년 12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1990년까지 통계청 ‘광공업조사’에 집계된 기업의 고용, 매출, 투입 자본 등을 분석했다. 또 비교를 위해 1984년 자료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대상은 당시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은 10인 이상 사업장이었다. 숫자로는 연 1만여곳 정도였다.

백 교수 등 연구진은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퇴출된 기업, 계속 기업, 신규 진입 기업을 각각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경우 퇴출 확률이 1988년 이후 2.5% 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진입한 기업은 자본집약도(자본/노동)가 기존 기업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퇴출 된 기업의 자리를 메운 신규 진입 기업의 경우 노동 사용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저임금이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저임금-저생산성 기업의 퇴출”인데, “신규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 숫자가 일자리 소멸 규모보다 적어 전체적인 일자리 수는 감소한다”는 것이다.

계속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경우 노동생산성은 10.3~11.3% 가량 올랐다. 하지만 자본집약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계속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상승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퇴출 및 진입 과정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들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4월 하버드대 경영대가 발간한 ‘적자생존: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퇴출에 미친 충격’이란 제목의 작업보고서(working paper)는 최저임금 인상이 차등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을 야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논문을 쓴 마이클 루카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와 다라 리 루카 미 수리정책연구소(Mathematica Policy Research) 연구원은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15개 도시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2008~2012년 식당 폐업률을 분석했다. 이 논문은 미국 맛집 평가 서비스 옐프(Yelp)의 식당 평가 자료를 이용해 맛집 평점과 폐업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점수인 3.5점을 받은 곳의 경우 최저임금이 10% 상승하면 폐업률이 13.8%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고점인 5점을 받은 식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신규 식당 창업률은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루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식당들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적응할 수 없는 식당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퇴출된다”고 설명했다.

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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