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회장직 사임한 김준기 회장. |
아시아투데이 최원영 기자 =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1일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4년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수년간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군분투 해 왔지만 불미스런 일이 불거지며 ‘불명예’ 퇴장하게 됐다.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제가 관련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주주, 투자자, 고객, 그리고 동부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인 김 회장은 1969년 고려대 재학 중 미륭건설을 창업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중동 건설 경기 붐이 일자 사세를 키워 금융·보험·석유화학·전자까지 영역을 넓힌 김 회장은 한때 그룹을 재계 10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문제가 제기됐고 2013년 대규모 자구책을 통해 동부익스프레스·동부특수강·동부당진항만 등의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이후에도 그룹은 동부건설과 동부발전당진·동부팜한농 등 핵심계열사들을 줄줄이 그룹에서 분리하며 지난해 말에야 수년간에 걸친 긴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현재 동부그룹의 핵심은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하이텍 등 제조부문과 금융부문인 동부화재다.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김 회장 사재까지 출연하며 애착을 보인 반도체 회사 동부하이텍은 긴 적자 끝에 2014년 흑자전환한 이후 지난해 1724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그룹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내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그룹명을 ‘DB’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재도약의 기반을 착실히 마련해 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상습 성추행 혐의로 여비서로부터 고소당했다는 경찰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근영 동부그룹 신임 회장. /제공 = 동부그룹 |
사퇴 직후 동부그룹은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을 그룹 회장에 선임했다. 이 회장은 공직과 민간부문에서 경륜과 경험을 쌓아 왔으며, 동부그룹 여러 계열사의 사외이사·고문을 역임하는 등 동부와는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동부그룹 측은 “앞으로 신임 회장이 김 회장 사퇴에 따른 그룹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고 경영을 쇄신해 나갈 것”이라며 “이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에 의한 자율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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