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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채무불이행자 절반, 3년 지나도 신용회복 못하고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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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은, 39만7천명 첫 추적조사

채무불이행자 첫 전수조사 공개

조사대상 절반 이상 신용회복 못해

’취약차주’ 대출잔액 80조원 돌파

금융안정 상황 “대체로 안정적”평가

기업·은행 재무건전성 모두 개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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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이상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 중에 절반가량은 3년이 지난 뒤에도 신용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무불이행자로 지낸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용회복 가능성도 작아졌다.

한국은행이 21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에는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가 보고됐다. 2014년에 신규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차주를 대상으로 한 국내 첫 추적조사로,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 자료가 활용됐다.

그 결과를 보면, 2014년 신규 채무불이행자 39만7천명 중 올해 6월 말 현재 신용을 회복한 차주(채무불이행자 지정 해제자)는 19만4천명(48.7%)이었다. 신용회복자 중 13만3천명(68.4%)은 채무를 갚아서 채무불이행자에서 벗어났고, 3만9천명(20.1%)은 개인워크아웃·개인파산 등 채무조정제도의 도움을 받았다. 나머지 2만2천명(11.5%)은 사유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였다.

또 신용회복자 가운데 65.5%가 채무불이행 발생 1년 내 신용을 회복했고, 1~2년은 10.6%, 2~3년은 7.5%로 조사됐다. 채무불이행 발생 3년이 지나 신용을 회복한 차주는 1.1%에 그쳤다. 변성식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채무불이행 발생 3년이 지나면 신용회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며 “신용회복자는 담보대출자이거나 레버리지(LTI·소득 대비 대출액 비율)가 작다는 특징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상대적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취약차주’ 대출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은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수준은 하위 30%에 속하거나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이들을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올해 6월 말 현재 취약차주 대출액은 80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원 가까이 불었다. 다만 전체 가계대출 대비 취약차주 대출 비중은 지난 2014년 7.2%에서 2015년 6.5%, 2017년 6.2%, 올 6월 말 6.1%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전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보다는 취약차주 대출 증가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취약차주의 금융기관별 대출 비중을 보면, 비은행(저축은행·카드사·농협 등 은행 외 금융기관) 비중이 67.3%에 이른다”고 밝혔다. 은행보다 손실 흡수능력이 떨어지는 금융기관에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의 대출이 쏠려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채무불이행자 등에 대한 분석에 나선 것은 그동안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실태 분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도 다음달 중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한은의 이번 분석을 토대로 채무불이행자나 다중채무자 등에 대한 대책을 주요하게 담을 예정이다. 신용회복제도나 개인파산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를 좀더 엄격히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한은은 가계부채 등의 불안요인은 있으나 올해 들어 금융 상황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실적 호조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개선되고 있고, 금융기관도 경영 건전성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기관에 돈을 빌리고 있는 기업이 돈을 떼먹을 위험은 줄어드는 반면, 은행은 대출금을 떼이더라도 건강성을 유지할 능력은 강해졌다는 뜻이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늘어나는 등 금융시스템 복원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외부 충격이 오더라도 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이 나타나거나 지속될 가능성은 예전보다 더 줄었다는 의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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