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취임 2주년 맞은 카카오 임지훈 대표, “미래 보고 싶으면 한국서 카카오로 생활해봐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게임과 웹툰, 웹소설, 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한민국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들고 해외에 나가겠다.”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가 2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사무실에서 ‘프레스 T500’ 행사를 열고 콘텐츠 중심의 해외 진출, 인공지능(AI) 플랫폼 강화 등 향후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이 행사는 원래 카카오 전 직원이 참여해 회사의 방향성과 주요 성과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인데 이날은 취임 2주년(23일)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겸해 열렸다. 임 대표가 공식 석상에 선 것은 2015년 10월27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후 근 2년만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올해 초까지 교체설이 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임 대표에 대한 세간의 평은 반전됐다. 음원·게임 등 주력 분야의 선전과 광고 부문의 회복으로 올해 1∼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고 현대기아차·삼성전자·GS건설 등과 AI 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 생태계 확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뱅크’ 열풍과 카카오재판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의 급성장 등 호재가 겹치며 카카오의 주가는 20일 종가 기준 14만2500원으로 지난해 9월(8만3000 원대)과 비교해 70% 이상 뛰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질의응답 동안 임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절대 4월에 열심히 했다고 7월에 좋은 실적이 나오고 그러진 않는다”며 “뒷단에 근원적 변화가 생겨야지만 이렇게 착착 바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2016년부터 씨를 뿌리고 이것 저것 해왔던 것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한민국이 강한 것을 가지고 해외에 나가자였다”며 “게임이 강하고 이모티콘, 웹툰, 웹소설 같은 콘텐츠가 강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강하다. 그래서 그 쪽에서 사업을 준비해왔고 성과들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종의 시기가 끝나고 수확의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은 협력사인 펄어비스의 MMORPG 게임 ‘검은사막’을 퍼블리싱해 북미와 유럽에서 성과를 큰 성과를 냈다. 카카오게임이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국내 게임사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기다리면 무료’ 같은 컨셉을 적용해 일본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텐센트와 손을 잡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회사인 로엔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음악을 넘는 ‘플러스 알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준대기업집단 총수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에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별로 관심이 없다”며 “지금까지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에 맞춰 따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달 초 네이버·넥슨 등과 함께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총수는 김범수 의장이다.

카카오의 글로벌 진출은 한국의 강점인 콘텐츠를 앞세워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톡의 국외 진출 계획에는 “안 된다고 본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전세계 메신저는 이미 국가별로 정리가 됐다”며 “한 국가의 첫번째 메신저로서, 전국민이 거의 매일 보는 플랫폼이 되는 게 중요하지, 50개 국가에서 200만명 정도 쓰는 플랫폼이 되는 건 사업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임 대표는 “계좌 개설은 이모티콘을 다운 받아 앱을 설치하는 것과 달라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국민들이 이렇게 원한다면 금융 혁신, 은행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향후 전략에 관해서는 “카카오뱅크 측이 답할 사안”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임 대표는 카카오의 AI 기술 수준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국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해 전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며 “2010년부터 음성 검색, 콘텐츠 자동 추천, 꽃 검색 등 AI 역량을 꾸준히 쌓아왔고 최근 내놓은 AI 번역도 품질이 좋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플랫폼 강화를 위해 기업과의 협업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 생활에 관련되어 있는 것들은 ‘여기랑도 했네’, ‘여기도 카카오 I네’ 이런 것들을 한 두달 안에 계속 들으실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강조했다. 임 대표는 “우리도 글로벌 IT기업들이 혁신하는 운동장에서 똑같이 뛸 수 있게 해준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인터넷·모바일 기업은 시간 점유율과의 싸움인데 거기서 저희보다 백배 큰 글로벌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버겁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퇴근 후 카카오톡 지시 금지’ 논의와 관련해서는 “근무시간 후 연결되지 말아야 할 권리라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카카오톡’ 이름이 들어가 당혹스럽다”고 심정을 밝혔다. 임 대표는 “카카오톡에는 이미 대화방에서 특정 시간 이후 알림을 막는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다. 이 사안은 기능을 넣고 빼는 이슈가 아니라 조직의 업무 방식과 사회적 합의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임 대표는 “미국에 가면 ‘미래를 보고싶으면 한국에서 카카오로 생활해봐라’라고 말한다”며 카카오가 기술과 이용자 수에서 앞선 기업이 되기 보다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