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특보 비판’ 공개질책 왜/“조율 안된 발언으로 정책 혼선”/ ‘800만달러 대북지원’ 겨냥한 듯/ 軍 “향후 유념할 것”… 자세 낮춰/“文정부 원칙 모호해 갈등 커져”/ ‘동맹파·대화파 힘겨루기’ 시각도
어색한 조우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비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엄중 주의 조치를 받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는 송 장관의 국회 국방위 발언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은 송 장관의 문 특보 비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전날 “(문 특보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전술핵 관련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 장관은 정부의 800만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했는데, 이는 ‘대북 제재와 별개로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진행할 수 있다’는 청와대 입장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이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송 장관 발언은) 혼선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국방장관이 정부 입장이 바뀐 것처럼 얘기했다면 사실과 다른 것이고, 뉘앙스가 다르게 했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장관은 앞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4일 국방위)고 했다가 “합당치 않다”(12일 국회 대정부질문)고 말을 바꿔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개 질책’에 가까운 청와대의 이날 조치에 대해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향후 유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이 자세를 낮추면서 일단락됐지만, 이번 파문이 대북 접근법을 둘러싼 한·미 동맹파와 대화파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일본 총리)처럼 돼가고 있다”며 대북 강경 기조를 앞세우는 문 대통령 측근들을 질타한 것에서 보듯 외교안보라인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여론과 상황에 따라 (대북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보이는 주요 원인은 문재인정부의 원칙과 철학이 모호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1기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당초 새 정부가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과 맞지 않는 인물 위주로 구성된 것도 정책 난맥상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수 야당은 이날 청와대의 조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두 안보라인의 엇박자를 물밑에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공개적으로 송 장관을 질책하며 60만 국군의 수장에게 망신을 줬다”며 “문 특보가 문 대통령의 상왕이라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도 브리핑을 통해 “주의를 받거나 경질돼야 할 대상은 장관이 아니라 문 특보”라며 “대북 제재와 압박이 필요한 때 오히려 정책 혼선을 주는 발언을 하고 있는 문 특보를 경질할 것을 대통령께 건의드린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문 특보가 본인 생각과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학자이기도 한 반면, 송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말씀하는 것이어서 좀 더 적절한 발언을 사려깊게 하시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외교안보라인 간 불화나 혼선으로 바라보는 건 비약”이라고 말했다.
유태영·김민서·이우중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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