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교육은 통합교육이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거나, 멀리 있는 특수학교를 찾아 나서야 한다. 장애학생들은 ‘학교 다니기’ 자체가 험난한 여정이다.
“주민 여러분,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데 저희 자녀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시간 전부터 학교를 가려고 나와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부모이시고 저도 부모입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여기에 지을 수 없다고 하시면, 그럼 어떻게 할까요. 여러분들이 욕을 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모욕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지난 9월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관련 교육감-주민 토론회는 고성과 함성 속에서 진행됐다. 고3 장애아를 강서구가 아닌 구로구의 특수학교에 보내고 있는 이은자씨가 마이크를 잡자 지역구 의원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토론장을 떠나려 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이씨는 자신을 향해 욕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위한 학교만큼은 지켜달라고 말을 이었다. 이씨는 장애인 당사자, 학부모들의 박수와 몇몇 지역주민들의 고성과 함성 속에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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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학령기 장애인의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됨)들을 따로 모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장애학생이라고 무조건 특수학교에 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특수학교에 가는 장애학생이 소수다. 올해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70%가량은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학교에 진학한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장애학생들을 분리시켜 교육하는 것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같은 공간에서 교육하는 ‘통합교육’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서라도,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요섭 가야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특수학교가 나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통합교육이 좋다는 것이 1990년대부터의 교육계 추세에 맞다. 실제 통합교육을 받은 장애인 학생들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나왔고, 중증장애인도 통합교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특수교육법도 통합교육 이념을 중시하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1조는 ‘통합된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21조는 ‘각급학교의 장은 교육에 관한 각종 시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통합교육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중 70%는 일반학교 다녀
실제 통합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김요섭 교수는 일반학교에 진학한 장애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지적장애가 아닌 장애학생의 경우 대체로 일반학급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특수교육 대상자이기는 하지만 보청기만 끼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는 청력장애인이나, 조금만 글자가 더 큰 학습자료로 공부한다면 문제가 없는 시각장애인 학생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부류는 지적장애 등의 문제로 특수학급에 편성된 학생들이다. 이들도 비장애인 학생들이 있는 통합학급(원적학급)에 소속된 상태에서 각 장애학생의 상태에 따라 국어, 수학 등 일부 과목에 한해서 특수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각 교육청·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특수학급에 다니는 장애학생들도 가능하면 비장애인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9월 5일 토론회 이후, 강서지역 통합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장애학생 어머니들을 만났다. 자녀를 특수학교에 보내는 이도, 일반학교에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모두들 통합교육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했다. 둘째아이가 장애인인 한유정씨는 통합교육이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 학생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씨는 자녀가 “말을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큰애(비장애인)가 다니는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다. 그래서 둘째랑 같이 큰애를 보러 학교에 갈 때마다 그곳 학생들이 작은애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 둘째가 있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평소 장애학생들을 봐왔기 때문인지 장애인에 대한 ‘이상한 시선’이 없다. 그런 면은 통합교육의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서장애학부모회 부회장이자 장애학생의 어머니인 조부용씨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통합교육을 선택했다. 조씨의 아이는 초등학교 6년을 일반학교에서 보냈다. 심지어 조씨의 아이는 발달이 더뎌서 2년이나 유치원 졸업을 유예한 뒤에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조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딸이 2살이나 어린 친구들이랑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같이 생활을 했다. 그때만 해도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이라서 어떻게 아이를 맡겨야 할지 몰랐는데, 오히려 담임선생님이 모둠수업을 할 때 내가 직접 나와서 딸아이의 수업을 도와줘도 된다고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이 좋았기 때문이겠지만, 반 친구들이 서로 우리 딸아이와 함께 모둠을 하고 싶다고 말도 하고,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두자 조씨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장애인 아이들과 나이 차이도 나고, 특수학교를 보내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하지만 조씨는 아이를 일반 중학교에 진학시키기로 결정한다. 특수학급도 없는 곳이었다.
조씨는 “그때는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결정했다. 비장애인들의 말과 행동을 아이가 이해해야 졸업 이후에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또래와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통합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그는 “무식해서 용감했다”고 말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된 이후, 조씨는 학교의 분위기와 담임교사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통합교육’의 내용이 참 다를 수 있음을 느꼈다. 그는 “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초등학교 때와 달리 ‘애가 말썽만 안 피우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처음부터 학교는 내 아이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했다. 저 역시 매일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오늘 하루 잘 견뎌내기를’ 하고 바랐지, 아이의 마음까지는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조씨는 하교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 다른 아이들은 각자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는데 조씨의 아이 혼자만 교실 한쪽에 앉아 가만히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조씨는 “아이가 한 학기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하루종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왜 나는 헤아리지 못했을까. 6년 반 동안 통합교육을 했는데, 엄마의 욕심이 너무 지나쳤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조씨의 아이는 인근 구로구의 특수학교로 전학했다.
교육부의 연구에서도 통합교육의 이상에 대한 공감은 높은 반면, 현실에 대한 불만족도 비교적 높았다. 2015년 교육부의 정책연구 보고서 ‘통합교육정책의 효과와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일선교사와 학교 관리자, 학부모의 과반수 이상이 통합교육 정책의 적절성과 타당성에 공감했다. 반면 통합교육 정책 목적의 달성 정도에 대해서는 교사집단의 약 37%, 학부모의 42%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엄명희씨는 통합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특수교육 관련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엄씨의 중학교 1학년 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았다. 초등학생 시절은 특수학급 2개 반에 각각 특수교사가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지만, 보조인력인 특수교육 실무사가 1명뿐이었다.
엄씨는 “특수학급 학생이라고 하루종일 특수반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학생들의 장애 정도에 따라서 통합학급에서 비장애인 학생들과 오랫동안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실무사가 한 분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교실에 있는 장애학생들을 다 살펴볼 수가 없다. 구토를 하고 싶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갑자기 신체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실무사 선생님이 없어서 말을 못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 실무사가 신체가 불편한 아이 한 명만 지나치게 오래 돌보고 있으면 장애학생 부모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보조인력뿐만 아니라 특수교사 숫자 자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의 특수교사 정원은 1만1768명인 데 비해, 정원 확보율은 65.9%에 불과했다. 이것도 2012년보다는 10%포인트 정원 확보율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전체 교육예산 대비 특수교육 예산은 4.0%로, 2012년 교육예산 대비 특수교육 예산 비율(4.1%)보다 약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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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 목적 달성, 교사 37%만 긍정적
장애학생 부모들은 모든 장애학생들이 특수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은주씨는 “특수학교에는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주로 다닌다. 지적장애가 있더라도 등급으로 치면 3~4급 정도에 있는 친구들은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며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역할이 각각 다른데, 특수학교 자체가 너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합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한유정씨도 자폐성 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아이를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한씨는 “지난해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는 특수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특수학교를 알아봤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교남학교는 이미 정원이 꽉 차서 갈 수가 없고, 구로구의 특수학교에 가려면 통학시간만 2시간이 걸린다. 교사로부터 특수학교가 좋겠다는 상담을 받아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장애학생 부모는 정원이 부족한 문제는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5살 여아의 어머니인 이혜연씨는 현재 아이를 장애인 전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이씨의 아이가 다니는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전담 어린이집에는 총 22명의 원생이 있다. 올해 졸업생 중 6명이 교남학교에 지원했지만, 결국 3명은 입학하지 못했다. 일반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교남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혜연씨는 “어떤 아이는 3년째 졸업을 하지 않고 4·5세 아이들과 어린이집을 다닌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쓰러질 정도의 중증장애아인데, 자리가 없어서 특수학교에 갈 수 없기에 하염없이 졸업 유예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연씨는 “비장애 학생들은 진학할 때마다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를 골라서 간다. 장애학생들에게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은 수준의 선택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집에서 가까운 학교만이라도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교육 전문가들은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인권침해’로 보고 있다. 김요섭 교수의 2015년 ‘통합교육 현장의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에 의하면, 장애학생들이 겪는 인권침해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동료들의 따돌림이었다. 그 다음으로 높은 것은 통합학급 담임교육의 미숙, 동료의 놀림, 동료의 무시·비하 순서였다. 수업 시 교사가 방임한다는 응답도 높게 나왔다. 교원 숫자 등 제도적 문제뿐만 아니라 동료 학생들과 교사들도 통합교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장애학생 부모들도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월 5일 토론회 이후,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강서구 특수학교 부지 인근 가양동 주민이라고 밝힌 이의 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주민은 “자폐아 등 발달장애인은 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아무리 학교에서 통제한다지만 200명 가까이가 주변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 가진 부모들은 정말 불안할 것”이라며 “자기행동 통제가 안되는 애들이 내 자식을 해코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처벌도 안 받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답이 없다”고 올렸다.
■비장애인 인식 변화가 통합교육 첫걸음
장애학생 부모들은 이미 사회 곳곳에 장애인 관련 시설들이 많이 있고,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험한 존재로 보는 편견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위의 가양동 주민의 글도 큰 공감을 받지 못했다.
이은주씨는 “토론회가 열렸던 탑산초등학교에도 특수학급이 있고, 특수학교 근처 부지에 장애인 복지관 등이 여럿 세워져 있다. 이미 우리는 평소에 장애인들과 살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무섭고 혐오스러웠는지 묻고 싶다”며 “장애학생들의 절대다수는 스쿨버스를 타든지, 부모의 차를 통해 학교를 오간다. 통학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집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상동행동(자폐성 장애인이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 때문에 위험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자폐성 장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장애인이 된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는 분위기 역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장애학생 부모들은 아이가 장애인으로 판정받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생각하고 아이가 비장애인과 같은 교육을 받게 하기보다, 최대한 빨리 특수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엄명희씨도 첫째아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받아들이진 못했다고 말했다. 엄씨는 “저도 그랬지만 첫째가 장애인인 경우 부모들이 늦게서야 현실을 인정한다. 둘만 있을 때는 아이의 발달상태가 적절한지 아닌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고, 장애인 등록증을 받으면 우리 아이가 또래로부터 배제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아이가 또래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특수교육 지원센터에서 테스트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라는 목적을 현실화하려면 장애학생과 부모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인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통합교육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요섭 교수는 “장애학생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장애학생 부모 입장에서는 통합교육에 불만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부터는 교사 준비생들의 교직이수에도 특수교육학 개론을 이수하게 하는 등 특수교사가 아닌 교사들도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통합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수업을 의무화하거나, 사회교과에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을 넣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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