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고 미친 루저들이 런던 공격"… 자신의 反이민 정책 정당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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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발생한 영국 런던 지하철 폭발물 사건을 성급히 '이민자가 저지른 테러'로 규정하고, 자신이 추진하는 반(反)이민 정책의 정당성 강화 논리로 이용했다가 빈축을 샀다.
런던 지하철 폭발물 사건은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발생했다. 런던 남부 파슨스그린역에 들어선 지하철 열차의 출입문이 열린 직후, 마지막 객차 내 폭발물이 터졌다. 객차 출입문 바로 앞에 슈퍼마켓 비닐봉지에 든 페인트통처럼 보이는 물체가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16일 현재까지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부상 정도가 심각하거나 사망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건이 발생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패배자 테러리스트가 런던을 또다시 공격했다"며 "이들은 런던 경시청이 주시해온 역겹고 미친 인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그들의 주된 인력 모집 수단인 인터넷을 차단하고, (이 수단을) 우리가 더 잘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우리는 지난 9개월 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8년간 한 것보다 더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며 "사전 대책을 강구하고, 더 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의 여행금지 정책은 더 확대되고, 더 엄격하고,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을 자신의 정책 논리 강화에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영국 측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추측성 발언을 내놓는 것은 그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구라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과 보안당국은 이 비겁한 테러의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용의자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닉 티머시 전 영국 총리 비서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고 한 발언일 확률이 높다"며 "알고 있었든 몰랐든 간에 이는 동맹이자 정보 공유국의 수장으로서 도움이 안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런던 경찰 대변인은 테러범이 런던 경찰국의 감시 하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추측일 뿐"이라며 "용의자가 누구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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