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전공노 합법화' 공약했던 정부 4개월째 답 없자… 거리로 나선 민주노총

민주노총 "문재인 정부, 촛불 요구 받아 '노조할 권리' 보장해야"

전교조 등 합법화 근거될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요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인 정부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중 4개 협약에 대해 비준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치안센터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요구를 받들어 노동법 전면 개정과 노조할 권리 ILO 핵심협약 비준에 즉각 나서라"고 주장했다.

'단결권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한 이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할 경우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 등 국내법상 '법외노조'로 분류된 노조가 모두 합법화 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최대 지지세력이었던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공약했지만, 현재 교단·공공기관 정치화 등 부작용과 보수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ILO 비준은 국회 동의사항인데, 현재 다른 인사 문제나 적폐청산 등 개혁 입법 처리가 최우선인 상황에서 '전교조 합법화' 등은 추진할 여력이 없다고 보고 일단 후순위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ILO 비준협약이 새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자 민주노총이 공개적으로 재촉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서한도 전달했으나, 청와대에서 뚜렷한 답이 없자 거리 투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한국이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하고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며 "촛불항쟁의 열기 속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 당선되고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공언했지만, 약속은 실현되지 않고 있고 노동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화려한 미사여구 끝에 지난 9월 9일 교육부 전환심의위원회 발표는 오히려 정규직화 제로였음이 드러났다"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사용자들의 불법ㆍ편법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오히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ㆍ산입범위 조정 검토 등으로 개악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의 삶과 미래를 지킬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노동삼권ㆍ노조할 권리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참고 기다려야 할, 어쩌면 양보할 수도 있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전면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LO는 1919년 설립된 세계 노동자 노동조건과 생활수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전문 기관으로, 한국 정부는 1991년 가입했다.

한국은 법 개정 등의 이유로 이 중에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단결권 및 단체 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의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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