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입니다. 핀란드는 64년 전인 1953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환자 정보를 수집해 의무 기록을 관리한 덕분에 국가 주도의 e-헬스 사업인 ‘가상 병원(virtual hospital)’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노라 카렐라(Nora Kaarela) 핀프로(Finpro) 투자 부문 헬스케어 산업국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핀란드 헬스테크 세미나에서 “핀란드는 헬스테크 미래의 땅”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라 카렐라 핀프로 투자 부문 헬스케어 산업국장이 핀란드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사진=강인효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핀프로는 핀란드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무역, 투자, 관광 진흥을 위한 정부기관이다. 카렐라 국장은 “핀란드는 국가 주도의 매우 효율적인 헬스케어 시스템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헬스케어 산업 분야 전문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핀란드는 1950~60년대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암 정보를 보관하는 기록소는 1970년대에 설립됐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환자 의무 기록 통합 관리 시스템 덕분에 현재 핀란드인의 환자 진료 기록 중 98%가 전자 문서화돼 있다.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환자의 의무 기록 중 전자화된 비중은 76% 수준이다.
또 핀란드의 헬스케어 산업 분야 전문 인력은 100만명당 7482명으로 가장 많다. 미국의 100만명당 3979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카렐라 국장은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환자 의무 기록을 수집해 가장 많은 환자 실제 데이터를 보유한 국가”라며 “방대한 양의 환자 데이터가 전자화돼 있기 때문에 연구나 임상 목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는 450개가 넘는 헬스케어 기업(스타트업 포함)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GE 헬스케어, 필립스 헬스케어, 바이엘(Bayer),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핀란드 내에 R&D 센터를 두고 있다”며 “이들 헬스케어 기업이 헬싱키대학병원 등과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협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자 혼카넨 헬싱키대학병원 전략개발본부장이 ‘핀란드 가상 병원과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강인효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자 혼카넨(Visa Honkanen) 헬싱키대학병원 전략개발본부장(소아과 의사)는 핀란드 정부의 가상 병원 사업이 의료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카넨 본부장은 “핀란드는 고령화 현상으로 국민 100명 중 70명이 노동 인구가 아니다”면서 “노인 인구 및 만성질환 환자의 증가로 언제 어디에서든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는 헬싱키대학병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의 ‘가상 병원 1.0’ 사업은 5년 전 정신과 진료 부문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가상 병원은 환자가 자신의 집에서 스마트폰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깐 뒤 가상으로 해당 병원 진료과 의사로부터 진료와 진찰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환자가 앱을 통해 스스로 진단한 증상을 입력하면 해당 증상과 관련한 진료과 담당 의사와 실시간으로 연결돼 환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의사로부터 의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 진료 후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면 그 때 병원을 방문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혼카넨 본부장은 “가상 병원이 구축되면서 환자들은 더 이상 병원 의자에 앉아서 의사의 초진을 받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정신과 진료 부문에서 시작된 가상 병원 사업은 2.0으로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20개 진료 부문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핀란드 ‘가상 병원 2.0’ 사업은 헬싱키대학병원을 포함한 핀란드 내 다섯 곳의 대학병원과 함께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이다. 그는 “가상 병원을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가 국가 차원에서 지난 50년간 환자 진료 데이터를 구축해온 덕분”이라며 “이 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함으로써 대면 진료 전에 자가 진단을 통한 가상 진료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싱키대학병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혼카넨 본부장은 가상 병원과는 별개로 헬싱키대학병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예측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정부 주도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해 신생아의 패혈증을 예측하는 파일럿(정식 버전이 아닌 시범 버전) 프로그램이다.
신생아의 경우 몸이 너무 작아 패혈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패혈증이 발생하면 빠르면 수분, 길어도 몇 시간 내에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패혈증에 대한 예측이 빨라질수록 신생아의 생명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혼카넨 본부장은 “지난 1년 반동안 IBM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해 신생아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한 결과 24시간 내에 신생아가 패혈증에 감염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정확도는 93%에 달했는데, 이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공식 방문 중인 마리아 로헬라(Maria Lohela) 핀란드 국회의장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과거에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만 의료 데이터가 생성됐다면, 지금은 잠재적인 환자들이 자신의 집에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의료 데이터를 생산하는 시대”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보와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로 이제는 정보가 곧 건강을 의미한다”면서 “가상 병원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은 더욱 중요해졌고 핀란드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인효 기자(zenith@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