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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배양숙의 Q]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대표와 한국의 두 젊은 건축가에게 '건축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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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슈마허 자하하디드건축사무소 대표 "너무 많은 것을 보존하려는 데서 벗어나야"

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 "건축주 내면 철학을 꺼내는 게 건축가 역할"

김한기 DA그룹 전무 "건물은 그것을 지은 건축가 이야기"

124개국, 3만 여명의 건축인이 함께하는 전 세계 건축인의 축제, 제 26회 UIA 2017 세계건축대회가 서울에서 9월 10일 막을 내렸다. UIA는 건축계 올림픽이라 불리며 3년에 한번 개최된다. 그 축제의 현장에서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Zaha Hadid Architects) 신임 대표인 패트릭 슈마허와 한국의 젊은 건축가 2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백희성(프랑스 장누벨건축사무소 출신) 건축가와 김한기(영국 AAschool 출신, 현 DA그룹) 건축가다. '배양숙의 Q'는 서울 코엑스 UIA 2017 개막식 현장에서 대담의 장을 마련, 세계 건축에 대한 건축가들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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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숙의 Q'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건축가 패트릭 슈마허를 만났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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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세계 최대 규모, 전 세계 건축인의 축제인 ‘UIA 2017 서울 세계건축대회’에 오셨습니다. 서울의 인상은 어떤가요?

A : 패트릭 슈마허(이하 슈마허) “저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프로젝트를 수행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서울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강북지역의 아름다운 고궁, 시청의 주요 건물에 익숙하죠. 저희는 현재 강남에 위치한 현대타워 공모전에서 참가 중이에요. 저는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토요일 김포공항에서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이 걸렸습니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는데 말이죠. 그 때 서울의 규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 메가시티(거대도시) 집중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은 베이징, 런던이 겪고 있는 메가시티의 이슈에 직면해 있어요. 그래서 서울의 중심을 새롭게 창조하고 많은 유동인구를 고려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서울은 전통과 현대적인 공간이 공존합니다. 그 사이에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요?

A : 슈마허 “저는 도시에서의 보행에 관심이 많습니다. 12월에는 ‘보행 가능한 런던’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기도 했어요. 현재 서울을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보행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에는 시민들이 걷고 모여있을 수 있는 공공 공간이 필요해요. 이런 공간은 민간개발자가 관리하더라도 공공적으로 사용돼야 합니다. 일종의 사회적 공헌이죠. 공공 공간의 예로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대형 쇼핑센터가 있습니다. 지하 쇼핑몰을 거닐다 보면 주위에 수많은 보행자를 볼 수 있습니다. 교통정체가 없기 때문이죠. 지하 쇼핑몰에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하철과 지하도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시다고요.

A : 슈마허 “강남은 비즈니스, 상업, 주요 상점들이 얽혀있는 곳입니다. 특히 지하 쇼핑몰 규모는 매우 놀라울 정도죠. 이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 것을 풀어내고 확장 연결하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흥미로운 기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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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슈마허는 현재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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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DDP 프로젝트는 건축 과정에서 유적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A : 슈마허 “DDP 프로젝트 도면을 처음 발표했을 때, 건축 비평가와 다른 건축가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건축심사원의 결정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결국 DDP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고, 지금은 우리가 자부하는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가 되었죠. DDP는 즐길 만한 수많은 공공영역이 연결되어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 전시공간 등이 있어요. 역사 유적과의 통합도 잘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비판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오히려 좋은 것이죠. 그러나 프로젝트의 결정은 책임있는 결정권자의 몫입니다. 건축가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기존 시대를 따르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의견을 만들어야 해요.”


Q : 2007년 전 세계가 두바이를 연호하던 때, 저는 아름다운 곡선의 거대한 빌딩숲이 탄생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그 때를 기점으로 곧게 뻗은 직선형 고층건물들이 곡선형태를 띠기 시작했는데, 하버드에서 강의하셨던 ‘파라메트릭시즘’이 떠올랐습니다.

A : 슈마허 “2007년까지 세계건축은 상징적 건물을 경쟁하듯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상징적인 측면을 너무 부각한 나머지 올바른 정체성을 형성하지는 못했어요. 저는 건물 하나 만으로는 올바른 정체성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건물들이 서로 융합하여 상승효과를 내야죠. 또 도시에서 집단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해 서로 연결돼야 합니다. DDP에 곡선을 사용한 것은 유기적인 배치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비정형 곡선형태는 복잡한 도시에서 공간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우리 주위에 많은 비정형의 형태와 다양한 지형 그리고 곡선 도로가 있는 것도 그 이유에요. 도시 주변의 비정형적 형태를 따라가는 것은 곧 도시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파라메트릭’ 스타일은 해체주의부터 진화했습니다. 서로 방해하는 공간들을 충돌시키며 복잡하고 다채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죠. 우리는 복잡하고 서로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단순하고 분리된 형태에 순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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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대표적인 곡선형 건축물,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사진 Zaha Hadid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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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중국의 ‘789 Art Zone’을 2012년과 2014년에 방문했는데, 2년만에 낡아 버린 모습에 놀랐습니다. 두바이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죠. 유행처럼 새로운 건축물과 도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잊혀집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이 낭비를 낳는 건 아닌지요?

A : 슈마허 “메가시티는 계속 유지될 겁니다. 거대도시가 쇠퇴하여 소도시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요. 예외적으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1920~40년대까지는 활성화된 대도시였다가 80~90년대에 쇠퇴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지역에는 생명체와 같은 신진대사 시스템(Metabolism)이 있습니다. 어떤 지역은 쇠퇴하면 새로운 지역이 나타나고, 쇠퇴 지역이 재생과정을 통해 다시 소생하기도 하죠. 때문에 도시의 변화를 막고 보존에만 힘써서는 안됩니다. 이는 도시 재생과정을 늦추는 것이니까요. 특별한 건물들에 대한 역사적 보존은 괜찮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보존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지역은 변화가 필요해요.”


Q : 조원용(다이아몬드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는 '이 땅의 건축문화는 건축가가 아니라 그에게 기회를 준 건축주(기업가)가 만든다고 해야 옳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 슈마허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건축가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건축주와 일하기를 원해요. 하지만 대부분 대중들은 새로운 건축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아요. 소수의 건축주는 기꺼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건축물을 완성해 보이죠. 저는 지금 '메가 아트리움'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부가 서로 연결되고 모든 것들이 보일 수 있도록 내부를 움푹하게 파낸 타워를 구상하고 있죠. 이는 기존 타워들과는 다른 급진적인 아이디어에요. 하지만 저는 이 프로젝트가 유명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고, 저와 함께할 건축주를 찾고 있습니다. 미래요구와 욕망을 이해하고, 개혁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은 건축주, 즉 기업가의 임무입니다.”

김한기 “저도 이런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결국 건축도 자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 질 수 없거든요. 런던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느낀 건, 건축주가 더 현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건축주의 개발경험이 부족할 경우, PM사(Project management)가 기획·관리를 진행합니다. QS(Quantity Surveyor) 또한 프로젝트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한국은 그런 시스템 속에서 각 파트가 자신의 역할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한국에서 이뤄지는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계약을 ‘을사조약’이라 표현하더군요.”

백희성 “좋은 건축주는 건축가와의 소통에서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게는 ‘기억’이 가장 중요한 건축재료인데, 도시도 기억이 있고 사람도 기억이 있어요. 사물 또한 기억을 담고 있죠. 그래서 설계를 할 때 건축주의 기억과 땅의 기억에 집중합니다. 그럼 설계 과정 속에서 건축주는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삶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깨닫게 돼요. 심지어 건축행위를 통해 정신적인 안정과 평화를 찾은 사례도 있었죠. 저에게 건축은 건축주와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에요. 건축주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건축주의 내면에 담겨있는 철학을 꺼내는 것은 건축가의 역할이기 때문에 건축가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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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성 KEAB 건축디자인 대표. KEAB(킵)에게 건축이란 기억의 재구성, 이야기를 담는 그릇,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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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가우디의 성가족성당(La Sagrada Familia)은 현재도 공사 중인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전세계인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영원히 완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건축과 자본의 관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본주의와 건축의 상관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 슈마허 “저는 자본주의를 사랑합니다. 자본주의는 위대한 성장 동력이며, 현대 문명화된 삶은 자본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니까요. 현대 건축을 발전시키는데도 도움을 주었고요. 저는 자본주의와 건축(심지어 공공 공간) 사이에 어떤 모순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공 공간이 도시를 풍부하게 하고, 다양성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변화와 소통이 빠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그것을 모두 빠르게 할 수는 없어요. 정치적 프로세스에서 다수가 확신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죠. 정치적 프로세스가 무언가 이루기를 기다린다면, 우리는 몇 세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요. 때문에 소수가 기꺼이 행동하고 투자하고 어떤 것을 제공하려고 한다면 도와야 합니다.”


Q : 현재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대표이십니다. 대표로서 많은 무게감을 느낄텐데요.

A : 슈마허 “저는 자하 하디드와 함께 예술적 비전을 실현해 왔습니다. 큰 규모 상업 프로젝트, 인프라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문화시설에 대한 프로젝트도 맡았죠. 현재 저희 사무소는 그와 함께했던 2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건설 중에 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프로젝트와 기회가 많이 있을 겁니다. 각종 공모전에 당선되고 있고, 고객들은 저희 포트폴리오를 신뢰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사무소 대표로서 기업 조직의 리더이고 예술적 비전의 소유자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줘야 합니다. 저희는 현재 뮌헨 콘서트홀 공모전에 참가하고 있고 베를린 국제 갤러리 증축과 같은 주요 문화시설 프로젝트에 초청받고 있어요. 이것은 제가 문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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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별세한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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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앞으로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를 어떻게 이끌어가실 생각인가요?

A : 슈마허 “지금 저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첫번째로 사무소를 세계적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두바이, 뉴욕, 멕시코 시티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고, 베이징과 홍콩에도 사무실이 있어요. 조만간 호주에도 사무실을 열 계획입니다. 두번째로는 연구에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 가지 연구를 진행 중인데, 전산기하학(Computational Geometry)과 자동화된 건물의 외피(Robotic Fabrication)에 대한 연구입니다. 저는 거주 과정을 시험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생활 프로세스 모델링(life processing modeling)이라고 부르는데, 아시안 작물모델이 어떻게 복잡한 빌딩에 이용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죠.”


Q :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가 건축적 디테일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궁금합니다.

A : 슈마허 “건축은 최종 완공 될 때까지 예측할 수 없고, 자하하디드건축사무소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어쩌면 유기적인 형태를 지향하는 건축가가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겠죠. 이런 문제들을 잘 풀어나가면서 건축적인 미학 내에서 표현하는 리차드 로저스, 노만 포스터와 같은 건축가들이 저에게는 와 닿아요. 저는 건축물이 지어졌을 때 실망감이 든다면 건축가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해외 건축가의 설계가 막상 한국에서 완공됐을 때 본인의 설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죠.”


Q : 독일 바일에 있는 비트라 소방서는 자하 하디드 건축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돌로 된 번개'라는 별칭과 함께 미래주의 건축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A : 슈마허 “비트라 소방서는 제가 작업한 첫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공간을 서로 맞물리게 디자인했어요. 단지 공간이 중첩되도록 한 것뿐만 아니라 내부에 공공 공간이 만들어지게 디자인했죠. 저는 이것이 매우 의미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요소들은 아직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요. 저희에게 비트라 소방서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건축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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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 건축의 시작점 비트라 소방서.패트릭 슈마허가 처음으로 작업한건축물이다. [사진 Zaha Hadid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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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건축가가 꿈이었던 시기에 영향을 받은 건축가와 영감을 준 건축물이 궁금합니다.

A : 슈마허 “나의 건축적 영웅들 중 한 명은 독일 건축가 플라이 오토(Frei Otto) 입니다. 그는 건축가이자 엔지니어였어요. 그는 자연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혜를 어떻게 새로운 시공시스템으로 변환할 수 있는지를 고안했죠. 형태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형태를 고안하려고 한 겁니다. 그는 프리츠커 상의 심사위원으로서 자하 하디드의 지지자이기도 했습니다.”


Q : 한국의 건축학도들과 젊은 건축가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슈마허 “젊은 건축가는 앞을 내다보고, 미래 지향적이며, 컴퓨터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코딩(coding)이나, 기하학에 대해서도 배워야 해요. 현대 건축에는 이런 복잡한 기술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래스하퍼(Grasshopper)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당신은 개발자의 위치에서 많은 새로운 플러그인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소들 사이의 상호의존과 관계 등 모든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겠죠. 이는 기술적 기반이라는 정교함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들을 형상화하는 지지적 기반이 될 겁니다. 또 건축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충분히 읽지 않고 있어요. 책을 읽으면 지금까지 어떤 이론들이 세워졌는지, 어떤 이론들이 새로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개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공간의 혁신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우리사회와 현대 삶의 혁신적인 산물을 개발하는 것과 연계시켜야 해요. 이게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요소가 중요해요. 내가 어떤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건축물들을 혁신해야 하는지도 알아야죠.”


Q : 세 분 건축가의 새로운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꿈의 설계'가 있으신지요?

A : 슈마허 “저는 지금 복합용도 건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합용도 건물은 많은 다른 부분들이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니까요. 또, 도시계획에도 관심 있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듯이 저는 지금 대형 아트리움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요. 대형 건축물 속을 움푹 파내는 것이죠. 저희는 이 아이디어를 몇몇 중국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일 기대되는 것은 베이징 공항이에요. 베이징 공항이 완공되면, 사람들은 환상적인 공간을 보게 될 것입니다.”

김한기 “대형 사무소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우리 사회는 건축물뿐만 아니라, 도시디자인까지 복합화 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복합시설 마스터플랜을 진행 하고 있고, 실제 개발 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주거, 상업, 호텔, 공원 등의 대형 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이죠. 쉽지 않은 진행이지만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백희성 “전남화순 4만5000평 부지에 식품문화예술단지를 설계하고 있어요. 공장단지에 예술과 문화를 접목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차갑고 기계음이 가득한 공장이 아니라, 숲 속에서 일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기존 공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될 수 있겠죠. 또 땅이 가지고 있는 잃어버린 기억을 건축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한강에 띄웠던 한강기억미술관처럼 앞으로도 ‘기억’이라는 주제로 계속해서 건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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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공항의 완공 예상 모습. [사진 Zaha Hadid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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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집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A : 슈마허 “저는 더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더 높은 질의 삶을 산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은 더 활동적으로 생활하고, 80세까지도 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도시에서 더 오래 생활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때문에 도시는 보행 가능한 환경이어야 해요. 모든 것은 보행가능 한 거리에 있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노인들이 굳이 요양시설로 옮길 필요가 없어지겠죠. 가족이 교외나 빌라로 이사하고, 노인부부가 다시 작은 도시의 아파트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위한 보행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김한기 “몇 년 전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진행하면서 조금 연구했는데, 크게 두 단계의 연령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재 50대 후반~60대 후반은 여전히 일하는 세대가 됐습니다. 노인 요양시설은 70대 이후에 이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헬스케어를 동반한 시설을 주로 염두에 둘 수 있겠죠. 요즘 노인들은 여전히 젊고, “urban resort with healthcare”를 선호 합니다. 이런 개념은 얼마 전 최고급 주거시설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백희성 “50~60세가 평균수명이었던 과거 인간과 100세 시대를 사는 인간은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저는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덤으로 생긴 50여년의 시간을 그냥 낭비하지는 않겠죠. 추가로 생긴 이 시간덕분에 인간의 내면에 대한 연구와 철학, 가치관 등이 깊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 깊은 사유를 건축에 담게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인간의 삶과 철학을 닮은 건축물을 상상해 보세요 60억 세계인구수만큼 새로운 건축을 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100세 시대에 집의 조건은 건축주(인간)의 삶과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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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그룹 전무 김한기 건축가. DA그룹은 친환경적 가치에 입각한 디자인을 모토로 새로운 건축 영역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젊은 건축집단이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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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마지막으로 세 분께 질문합니다.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A : 슈마허 “사회 속에서 우리의 소통방식(social communication process)을 좀 더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social automatization)입니다.”

백희성 “세상에 수 많은 사람이 있고, 다양한 장소와 물건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각각 다른 개성과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바로 각자의 ‘기억’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가로서 이 ‘기억’을 주제로 건축공간을 만드는 행위, 기억을 공간 속에 녹여 넣는 행위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한기 “건축을 하면서 학생 때 아는 건축, 런던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건축, 10년 이상 일을 하다가 런던을 떠날 때쯤 생각한 건축, 한국에 돌아와서 일하면서 생각하는 건축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일관된 건 건축은 결국 지어진 건물로 건축가의 얘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건축이 이런 면에서 저한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에게 건축이란 모니터로 보는 이미지에서 실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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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패트릭 슈마허(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대표), 김한기(DA그룹 전무), 배양숙(서울인문포럼 이사장), 백희성(KEAB 건축디자인 대표).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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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의 오른팔이었던 패트릭 슈마허는 벅찬 과제를 수행 중이다. 2016년 자하 하디드 사망 당시 21개국 3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지금은 더 늘어나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맨해튼의 고급콘도, 베이징 외곽에서 공항을 짓고 있다. 그는 하디드의 표현대로 '분열, 부양 및 중력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자하하디드 건축사무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 '직관적인 천재'였던 하디드의 DNA를 발달시키며 ‘패트릭 슈마허의 자하 하디드’를 구현해햐 하는, 현직 건축가 중 가장 힘든 직업을 가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내 인생의 과업이다. 이 시간이 주는 기회를 놓친다는 건 비극이다." 패트릭 슈마허가 운영하는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의 '내일'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장누벨에서 건축을 경험한 백희성. 영국에서 공부하고 대형건축사무소인 DA그룹에서 근무 중인 김한기. 두 젊은 건축가가 구현할 한국 건축의 방향, 그 미래가 기대된다.





배양숙 (사)서울인문포럼 이사장 betterlife65@daum.net

정리 =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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