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 3일 만에 보란 듯이…사거리 늘려 괌 사정권 ‘과시’
한·미·일,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문 대통령, 아베와 7번째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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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일본 상공을 넘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또다시 발사했다. 지난달 29일 화성-12형 미사일을 발사한 지 17일 만이다.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사흘 만에 보란 듯이 이뤄진 미사일 발사인 점에서 북한은 미국과 중국, 한국 등 주변국 만류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최고고도 770㎞였으며 비행거리는 3700㎞였다. 지난달 29일 발사 때와 비교하면 17일 만에 1000㎞ 더 날아간 것이다. 미국령 괌(평양에서 약 3350㎞)을 사정권에 두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특히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에 이어 이번 발사를 통해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IRBM을 적어도 미국령 괌까지 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령 괌은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 등을 탑재한 미군 전략자산이 투입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괌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 떨어뜨림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군사적 대응 명분을 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북한은 한걸음 한걸음 미국 본토에 접근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 본토에 보내는 기술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고 본다. 하지만 북한이 이 같은 실험을 거듭할수록 그런 능력에 가까워질 것이고, 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격한 반응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간격이 계속 짧아지는 것은 그 능력을 최대한 빨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내에 수소폭탄과 ICBM 개발 완성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그러한 행동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이 하고 있는 연합군사훈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제재 강화 등은 북한이 서두르는 명분이 되고 있다.
이날 미사일 발사에 일본과 미국 모두 요격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이 자국을 향할 경우 요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 두 번의 미사일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하루 전부터 감시자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연료 주입 장면을 파악하고 발사 단계에서 타격도 검토했지만 괌 등 육지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 지켜보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북한 미사일이 육지를 겨냥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사일방어(MD) 체계로 요격에 실패할 가능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북한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 없이 매뉴얼화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미·일은 1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다시 소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7번째 정상 간 통화를 가졌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제재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17일 전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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