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받은 민간인 팀장들 "우린 받은적 없다" 강력 부인
담당 직원들이 챙겼을 가능성
국정원이 퇴직자 등 민간인들을 동원해 '댓글 활동'을 시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선 검사와 민간인 '외곽팀장' 간의 실랑이가 가끔 벌어진다. 검찰에 불려온 외곽팀장이 '국정원의 활동비를 받고 정치 개입 댓글을 단 게 아니냐'고 추궁하는 검사에게 '결코 그런 일 없다'고 강변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이던 문모(구속영장 청구)씨가 관리해왔다는 A씨 등 여러 명이 그랬다고 한다. A씨 등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검사가 활동비 영수증 등을 자세히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씨가 모두 꾸며낸 일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문씨는 외곽팀장도 아닌 사람들을 외곽팀장으로 올려놓고 영수증까지 위조해 국정원 예산 수천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문씨는 검찰 조사에서 "위에서 자꾸 외곽팀장 수를 늘리라고 압박하는 바람에…"라고 변명했다고 한다. 검찰은 문씨가 2014년 국정원 내부 감찰에서 이 일이 적발돼 징계받을 상황이 되자, '댓글 사건을 폭로하겠다'고 거꾸로 협박했다는 정보도 입수해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수사 의뢰한 민간인 외곽팀장 48명 가운데 지금까지 30명가량을 조사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수백 명씩의 팀원을 거느리고 조직적인 댓글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A씨처럼 "돈을 받은 적 없다" "영수증에 적힌 서명이 내 필체랑 다르다. 위조된 것 같다"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은 국정원 내부에 문씨처럼 서류를 위조해 예산을 '꿀꺽'한 관계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외곽팀장들이 처벌받지 않기 위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관련자들의 금융 계좌를 추적해 '옥석(玉石)'을 가려낼 방침이다. 국정원은 외곽팀장들에게 현금으로 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작은 돈이 아닌 경우라면 현금으로 받은 뒤 통장에 넣어두고 썼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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