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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통일부 직원이 탈북자 정보 팔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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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원 근무 경력 공무원 6년간…

탈북자 한국 내 주소·전화번호 등 브로커에 넘기고 1475만원 챙겨

탈북자의 주소·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돈을 받고 탈북 브로커에 넘긴 통일부 공무원이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통일부는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기 전까지 이 공무원이 6년간 탈북자 개인 정보를 빼돌린 사실도 알지 못했다. 탈북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연락처와 주소를 알아낸 것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경로를 통해 탈북자 정보가 북한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 6급 공무원인 이모(47)씨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탈북자 48명의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를 탈북 브로커 배모씨 등에게 넘기고 20차례 걸쳐 1475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통일부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탈북자 초기 정착 정보를 1건당 30만원씩 받고 외부에 넘긴 셈이다. 통일부는 이씨를 지난 11일 직위해제했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이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이씨는 2004~2006년 통일부 산하 탈북자 교육 기관인 하나원에서 근무했고 탈북민으로 2006년 한국에 정착한 배씨를 알게 됐다.

배씨는 중국 등에 머무는 탈북자들에게 비용을 받고 한국행을 돕는 탈북 브로커로 활동했다. 배씨는 통일부 공무원인 이씨에게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가운데 일부가 '브로커 비용'을 내지 않고 연락을 끊는데, 탈북자들의 정착지 주소를 알려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배씨는 이씨를 통해 얻은 정보로 탈북자들에게 전화해 "○○에 살고 있는 사실을 안다. 집으로 찾아가겠다"며 협박해 정부가 지급한 탈북 정착금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브로커 배씨는 이씨에게서 받은 탈북자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른 탈북민 출신 브로커 등에게 되팔기도 했다. 탈북 브로커들은 이렇게 받은 정보로 탈북자들의 집으로 찾아가 "돈을 주지 않으면 다시 북한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도 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씨가 6년간 탈북자 관련 정보를 빼돌렸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탈북 브로커 배씨가 사기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탈북자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이 작년 2월 통일부에 수사 개시 통보를 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박병석 의원실 관계자는 "통일부 전산 시스템에는 탈북자 정착 정보 열람 권한이 있는 사람이 지정돼 있지만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탈북자의 정보를 봤는지 자세한 기록이 없어 실제 얼마나 많은 탈북자 정보가 유출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정보가 북한으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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