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사이트 운영자 비트코인 압수
압수 당시 3억대… 10억으로 뛰어
법원 "전자파일, 몰수대상 아니다"
檢 "몰수 불가능하면 추징을" 항소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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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4월 음란사이트 운영자인 웹개발자 안모(33)씨를 검거하면서 범죄 수익으로 추정되는 현금 2700만원, 1억원 상당 승용차, 비트코인 216개가 들어 있던 전자지갑을 압수했다. 국내 수사기관이 가상화폐를 압수한 첫 사례였다. 2013년 미국 서버에 만든 안씨의 음란사이트는 회원 수 121만명인 국내 최대 사이트였다. 안씨는 회원 등급을 나누고 등급을 올리는 데 쓰는 포인트와 홈페이지 배너 광고를 팔았다. 회원 등급에 따라 볼 수 있는 음란물 게시판을 나눠서 포인트 구매를 유도했다. 거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결제 대금은 비트코인과 문화상품권만으로 받았다.
2년 넘게 사이트를 운영하던 안씨는 사이트를 통째로 팔려다 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매달 2000만~3000만원 수입이 난다"며 경찰에게 비트코인 계좌를 인증했다가 그 과정에서 정체가 탄로 났다. 검찰은 안씨의 비트코인 전부를 범죄 수익으로 보고 몰수를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몰수 구형을 기각했다. 법원은 "216비트코인이 전부 범죄 수익이라면 비트코인의 가치를 따져 그에 걸맞은 금액으로 추징할 수 있지만, 안씨의 비트코인 중 음란사이트 운영 수익과 의류 쇼핑몰 운영 수익을 나눠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추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뇌물로 받은 주식을 이미 팔아버린 경우처럼 몰수 대상이 없거나 물품 성질상 몰수가 어려운 범죄 수익은 금액으로 추징하고 있다. 검찰은 "항소를 통해 비트코인 범죄 수익을 다시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징역 1년 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면서 안씨는 더 부자가 됐다. 압수 당시 130만원대였던 1비트코인이 선고일(7일)에는 500만원대가 됐다. 2억9000여만원이었던 안씨 소유 216비트코인은 10억원대가 됐다. 압수한 비트코인은 현재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USB 형태의 하드웨어 전자지갑에 보관하고 있다. 경찰은 "해킹 위험이 있기 때문에 거래소에 보관하지 않는다"며 "항소심 결과와 검찰 판단에 따라 비트코인을 돌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몰수 선고를 받지 않은 압수품은 반환 대상이다. 안씨가 비트코인을 돌려받게 되면 법원이 음란사이트 범죄 수익으로 추징한 3억4000만원을 내고도 6억원 가까이 남는다.
미국에선 재판 중에 피고인과 합의해 압수한 비트코인을 경매에 부쳐 우선 현금화한 경우도 있다. 2013년 10월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00억원 넘는 마약과 위조 여권 등을 비트코인으로만 거래한 불법사이트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체포하면서 서버와 개인 컴퓨터에서 비트코인 17만여개를 압수했다. 압수 당시 200달러가 되지 않았던 1비트코인 가격은 두 달 만에 1000달러를 넘어섰다가 며칠 사이 700달러대로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했다.
미 법무부와 울브리히트는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경매를 통해 현금화하고 나서 몰수 판결이 나면 국가에 귀속하고, 반환 결정이 나면 울브리히트가 돌려받는 방안을 택했다. 2014년 1월 말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올라 1비트코인이 900달러대일 때 합의했고, 이후 4차례 경매를 통해 익명의 응찰자에게 모두 낙찰됐다. 2심 판결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울브리히트의 항소가 지난 5월 기각되면서 비트코인 경매 수익은 국가 소유가 됐다.
정부는 지난 3일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 수익 은닉과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의 본인 인증을 올 연말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입출금 거래를 할 때 은행이 이름·계좌번호·가상계좌번호를 확인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가상화폐가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막고 거래 안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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