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수상자로 노벨상 작가 많아 “살아있는 이미지, 손 떼지 못하게 해”
소설가 한강(47)이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자로 14일(현지 시간) 선정됐다.
이 상은 ‘쿠데타의 기술’ ‘망가진 세계’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 쿠르초 말라파르테(1898∼1957)를 기리기 위해 1983년 제정됐고, 이탈리아 문학계의 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 주도로 창설돼 세계 문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외국 작가들에게 수여돼 왔다. 역대 수상자로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 소설가 솔 벨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네이딘 고디머가 있다.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 미국 작가 수전 손태그 등도 이 상을 받았다.
‘소년…’은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계엄군에 맞서다 숨진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내면을 담은 작품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참혹한 고통과 깊은 슬픔을 처연하게 그렸다. 이 작품은 정부가 공공도서관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지원해주는 세종도서 사업에서 ‘문제도서’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년이 온다’ 이탈리아어판 |
문학상 심사위원회 측은 수상자를 발표하며 “‘소년…’의 살아있는 이미지들이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출판사 아델피는 이 책을 ‘아티 우마니’(‘인간적인 행위’라는 뜻)라는 제목으로 최근 현지에서 펴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 작가와 맨부커상을 받은 데버러 스미스 씨(30)가 영어로 옮긴 것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심사위원회는 이 책이 현지에서 공식 출간되기 전에 번역본을 읽어본 후 한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은 말라파르테가 머물렀던 나폴리 인근 카프리섬에서 다음 달 1일 열린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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