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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서울시·기재부 '6000억 잠실땅' 소유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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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컨벤션 시설 개발 예정지]

- 기재부 소유인 줄 알았는데…

市, 운동장 조성 경위 따져보다 공동소유 등기부등본 발견

기재부 "대응 방안 곧 결정"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전시·컨벤션 시설, 호텔, 유스호스텔, 실내 스포츠 콤플렉스 등을 새로 짓는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잠실야구장을 허물고 2025년까지 국내 최대인 3만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짓는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런데 이 사업안은 예상보다 강한 암초를 만났다. 잠실운동장 부지의 상단부인 송파구 잠실동 10번지(13만5861㎡·이하 10번지)를 소유한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기재부에 시유지인 서부·강서·강남면허시험장 부지를 모두 줄 테니 10번지와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해당 지역이 개발되면 땅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10번지의 공시지가(2017년 기준)는 6249억원이다. 서울시엔 이 보다 가격이 더 높은 시유지가 없다. 시는 부지 사용료를 내고 10번지를 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매년 25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와 포기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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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지지부진해 속을 태우던 시는 지난 2월 돌파구를 찾았다. 10번지가 기재부와 서울시의 공동소유라는 문서를 발견한 것이다. 시 자산관리과 박병권 팀장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는 지난 1월 관련 문서를 들여다보다 시 소유인 잠실주경기장 건물이 기재부 소유 땅과 시유지에 걸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부지와 건물 소유권이 어떻게 나뉘는지를 따져보다 잠실운동장 조성 경위를 들여다봤다. 박 팀장은 유정석 주무관과 함께 과거 고시·공고문,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등 수백 건을 뒤졌다. 한 달 만에 10년 전 문서 한 장을 발견했다. 10번지 소유자로 기획재정부와 서울시가 나란히 등재된 등기부등본이었다. 서울시 지분이 61.7%로 기재부 지분보다 더 많았다.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은 46년 전 시작됐다. 1971년 6월, 정부는 1986아시안게임과 1988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규모 운동장을 짓기 위해 서울시와 잠실 땅을 사들여 개발에 들어갔다. 실내체육관(1979년), 야구경기장(1982년), 주경기장(1984년)을 잇따라 세웠다. 국비 219억원, 시비 806억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10번지의 공동 주인이었던 서울시의 권리가 2007년 5월 누락됐다. 당시 10번지 등기에는 문교부·재무부·산림청·국세청·서울시가 올라가 있었다. 등기소 측은 "등재 내용이 지나치게 길어지니 통합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국가기관 소유자가 기획재정부로 일원화되면서 '기획재정부와 서울시'로 등재돼야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서울시가 빠지면서 10년이 흐른 것이다.

박 팀장과 유 주무관은 10년 전 등기 담당자를 찾아가 오류를 바로잡았다. 서울시는 곧바로 '잠실운동장 은닉 재산 발굴·환수 TF' 팀을 꾸려 잠실운동장 건립 이후 30년 치 소유권을 다시 들여다봤다. 서울시의 공동 소유임이 분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잠실동 10번지 공동소유자로 등기를 마쳤다. 박원순 시장은 내부전산망에 "서울시가 잃어버렸던 땅을 찾았다. 기분이 매우 좋다"며 직원들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 정상훈 자산관리과장은 "기재부 소유인 38.3%까지 부지 맞교환 방식으로 확보해 10번지를 100% 시유지로 만들어 시민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일 "기초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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