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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한국교육, '바꿔야'만 외칠뿐 20년간 안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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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창의교육 전문가, 아리엘리 GE 회장]

밤까지 공부해선 창의성 못키워… 차라리 4시 이후엔 학교 닫아라

한국서 노벨상 수상자 나오려면 위험 감수하는 '후츠파' 정신 필요

조선일보

이스라엘 영재교육 전문가인 헤츠키 아리엘리 글로벌엑설런스 회장은 12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동안 한국 교육이 변한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한국 교사, 교수, 공무원을 만났는데 모두 '우리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만 외칠 뿐,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이제 학교에서부터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이스라엘 창의·영재교육의 대가인 헤츠키 아리엘리(Arieli) 글로벌엑설런스(GE) 회장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이 아이들 창의성을 키워주려면 정책가들이 진짜 실용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금처럼 밤늦게까지 주입식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학생은 호기심이 사라져 결코 창의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밤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해선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면서 "차라리 오후 4시 이후엔 학교를 닫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아리엘리 회장은 이스라엘 영재교육 기관 ICEE와 이스라엘예술과학아카데미(IASA)를 설립한 영재교육 전문가로, 12일 요즈마 글로벌 캠퍼스 주최 행사에서 유대인의 창의성 교육을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물에 빠진 아이에게 물 퍼붓는 격"

아리엘리 회장은 한국 학생들이 학력은 높은 반면 창의성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학교 교육이 시험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시험은 누구나 돈 주고 사거나 베낄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아는지 평가하고 교육도 그에 맞춰 한다"면서 "아이들이 삶에서 성공하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시험 잘 치려고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학생들이 자기만의 지식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요구하는데 "한국은 미래를 준비해야 할 아이들에게 과거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학교 교육을 "아이가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교사는 양동이로 계속 물을 퍼붓는 모습"으로 비유했다. 넘치는 정보의 바닷속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정보를 분석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 같은 수학 수업해야"

학교 교육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수업을 재미있게 바꿔야 한다고 아리엘리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수학의 '거듭제곱' 개념을 게임처럼 가르치는 방식을 보여주며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의성은 당장 가르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줘야 키울 수 있다"면서 "학교의 모든 커리큘럼을 그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아리엘리 회장은 "한국 교육에 '하브루타'를 적용하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하브루타는 두 명이 짝을 지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이스라엘 전통 교육 방식이다. 그는 "이스라엘 부모들은 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어땠니?'라고 묻지 않고 '오늘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 묻는다"며 "교사는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허용하고, 질문에 결코 답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질문과 토론의 일상화가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는 비결에 대해 아리엘리 회장은 '후츠파'라고 말했다. 후츠파는 이스라엘인 특유의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 정신'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주류와는 다른 길을 가는 '후츠파' 정신을 갖고 있다. 한국 교육도 학생들이 많은 실수를 하게 하고, 위험을 감수하게 해줘야 노벨상 수상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금의 '창업 국가'가 된 데도 교육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며 "과거 지식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기초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라고 가르치는 것이 창업 국가 이스라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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