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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할리마, 싱가포르 첫 여성 대통령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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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지원자 중 유일 '적합 후보'… 오늘 당선인으로 공표 예정

말레이계 대통령으론 두번째

조선일보

/EPA 연합뉴스


싱가포르에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현지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 등은 "대통령선거위원회(PEC)가 대선 입후보 신청을 한 지원자 5명 중 할리마 야콥(63·사진) 전 국회의장을 유일한 '적합 후보'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당국은 대통령 후보 등록 및 선출 절차가 공식 종료되는 13일 할리마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단독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에 당초 이달 23일로 예정돼 있던 국민투표 절차는 생략된다.

할리마 전 국회의장이 대통령에 정식 취임하면 싱가포르 정부 수립 이후 첫 여성 대통령이자 유소프 빈 이샥 초대 대통령 이후 두 번째 말레이계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할리마는 단독 후보 선정 사실을 통보받은 뒤 "최선을 다해 싱가포르 국민을 섬길 것이라는 나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더 강하고 더 나은 싱가포르를 건설하는 여정에 모든 국민이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리마가 단독 후보로 선정된 것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임기 다섯 차례 혹은 30년이 넘도록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소수 인종 그룹은 차기 대통령 후보를 단독 추천하는 권한을 갖는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74.2%, 말레이시아계가 13.6%, 인도계가 8.9%를 차지한다. 당시 개헌을 주도한 여당 인민행동당은 "직선제로 선거를 치르는 경우 중국계가 당락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을 보완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 대선에서는 1991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단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말레이계가 단독 후보를 냈다.

할리마는 8세 때 경비원이던 인도계 아버지를 여의고, 말레이계 어머니의 행상을 도우며 자랐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노동법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2001년 인민행동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1년 지역공동체·청소년·스포츠 담당 국무장관이 됐고, 2013년 리셴룽 총리의 지명을 받아 첫 여성 국회의장에 올랐다.

영국식 의회민주주의를 시행 중인 싱가포르에서 행정 수반은 총리이지만, 대통령은 재정 지출 등에 개입해 내각을 견제하고 대법원장·검찰총장 등 주요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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