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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3년 안에 문 닫을거라 했는데… 벌써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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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민간 군사·안보 싱크탱크 만든 홍성태 이사장]

육군 준장 전역 후 私財로 설립… 30주년 된 한국전략문제연구소

15년 전부터 북·미·일·중·러 등 군사력 현황·안보 분석 책도 펴내

"세계적 권위의 연구소로 키울 것"

"다들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고 했지요. 육사 동기들마저 3년 안에 문 닫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용케 버텼네요."

올해로 창설 30주년을 맞은 한국전략문제연구소(KRIS)의 홍성태(80·육사 14기) 이사장(소장 겸직)은 12일 "전역하고 국내 최초의 민간 군사·안보·전략 싱크탱크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선 게 벌써 30년 전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국방 안보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한 KRIS는 홍 이사장이 1987년 육군 준장으로 전역하자마자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한국에도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같은 민간 군사·안보 연구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현역 시절 지론을 실천한 것이다. 당시 예비역 장성이면 손쉽게 공사나 국영 기업체 사장이 될 수 있었던 시절이었지만 편한 길을 마다한 것이다.

조선일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홍성태 이사장은“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싱크탱크가 목표”라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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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홍 이사장은 '한눈'을 팔지 않고 연구소 운영에만 전념했다. 점잖은 노장군 체면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연구소 구석 야전 침대에서 잠을 자가며 일한 적도 많다. 지금까지 월례 정책 토론회 240회, 심포지엄 126회, 세미나 94회를 개최했고, 발간한 단행본도 186권에 달한다. 군과 학계는 물론 언론계와 해외 전문가들에 이르기까지 홍 이사장이 발로 뛰며 구축한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KRIS의 최대 자산이다. 이준 전 국방부 장관, 황규식 전 국방부 차관 등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30년간 연구소를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망설임 없이 재정 문제를 꼽았다. 홍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정책 연구기관에 기부하는 문화도 없고, 기업들도 안보 문제에는 관심이 적더라"며 "나와 연구소를 믿고 연회비를 납부해온 500여 명의 회원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KRIS는 창설 30주년을 맞아 '격변기의 안보와 국방'을 주제로 논문집을 발간하고 이에 맞춰 13일 신라호텔에서 기념 세미나를 개최한다. 논문집에는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박철희·신성호·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흥규 아주대 교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김영호·박창희 국방대 교수,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 등이 참여했다. 모두 국내의 대표적 외교·안보 전문가들로 KRIS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KRIS는 2002년부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과 남북한의 군사력 현황, 안보 정책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동북아 전략 균형'도 매년 펴내고 있다.

홍 이사장은 전사(戰史)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전사에 흥미를 느껴 육사에 입학했고 사관학교 시절 전사 과목만은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대 사학과, 독일 지휘참모대학에서 위탁 교육을 받았고, 필생의 사업으로 한국전쟁사 재정리 작업도 해왔다.

홍 이사장은 "앞으로 내가 할 일은 후임자를 잘 모시는 것"이라며 "초창기 발기인들의 바람대로 KRIS를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처럼 세계적인 권위와 명성을 인정받는 싱크탱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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