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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8월말 이후 주택대출 30% 줄어… 신용대출은 급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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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의 '돈줄 죄기' 효과가 은행의 대출 창구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책 시행 초기만 해도 규제가 적용되는 지역이 일부 서울 지역 등에 한정돼 막상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고강도 규제를 체감하기 어려웠는데, 지난달 23일부터 규제를 받는 지역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에서 나가는 주택 대출이 격감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투기 혹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과 세종시 등 일대에서 주택을 살 때 은행이 집값을 기준으로 대출해주는 비율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을 결정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각각 70%와 60%에서 모두 40%로 대폭 낮춘 것이다. 주택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돈줄을 바짝 죄겠다는 것이다.

주택 대출 30% 이상 감소

본지가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주요 시중 은행 5곳을 대상으로 지난 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새로 주택 담보대출을 신청한 현황을 집계한 결과 8·2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투기지역에 대한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달 3일부터 22일까지는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담보대출 신규 대출 신청 건수는 대책 발표 당일인 지난달 2일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수요가 몰리며 약 5300건이 접수된 뒤 이후 20일간(영업일 기준 13일간) 일평균 약 32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3~7월까지 은행권 일별 주택 담보대출 평균 신청 건수인 약 2300 ~3400건과 비교해도 전혀 줄어들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주택 담보대출 신청 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즉,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신규로 접수된 주택 담보대출 건수는 하루 평균 약 2200건으로 직전보다 30% 이상 급감했다. 8·2 대책이 시행된 것은 대책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일부터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규제 대상은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등 서울 지역 11개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에 국한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부터 규제를 적용받는 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분당 등 '투기과열지역'으로 전면 확대되면서 신규 대출 수요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 담보대출이 줄어드는 대신 신용대출 같은 다른 대출 상품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중 가계 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 대출액은 전체적으로 전달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7월 증가액 6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추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주택 담보대출은 증가액이 전달보다 1조7000억원 정도 감소한 데 비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증가액이 전달보다 오히려 1조5000억원 정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일부 대출자가 줄어든 주택 담보대출분을 신용대출을 받아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가계 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하반기에 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신용대출 등으로의 풍선효과에 대비해 필요 시 추가 현장 점검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돈 굴릴 곳' 고민에 빠진 은행들

시중은행들은 8·2 대책의 영향으로 전체 대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택 대출이 막히자 다른 출구를 찾고 있다. A은행 서울 지역 지점장 서모씨는 "당분간 주택 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대출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 같은 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 주택 대출은 그동안 '담보' 덕분에 떼일 염려가 거의 없어 손쉽게 돈을 벌어다주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B은행 지점장은 "(손쉬운 영업 창구가 막히면서) 지점 간 고객 뺏어오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일선 은행 지점에는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물론 방카슈랑스나 퇴직연금 같은 수수료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청약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반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 담보대출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우리 동네가 투기과열지구인데도 지난달에 시세보다 겨우 1000만원 싸게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자 곧바로 매매가 이뤄졌다"며 "8·2 대책의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적어도 가계 부채 종합 대책까지 모두 나와 본 뒤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곤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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