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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수출 10억달러 목표… 김, 식품의 반도체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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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부터 그해 수확한 햇포도로 만든 와인을 '보졸레 누보'란 이름으로 팔아 히트를 쳤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어려운 포도 품종을 수확하자마자 바로 팔기 위한 역발상이었는데 2000년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부는 보졸레 누보를 벤치마킹해 매년 햇김이 나오는 11월에 해외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15개국에서 2주씩 할인 판매하는 등 집중적으로 프로모션할 계획이다. 햇김이 나오는 시기에 한국 김을 맛보는 주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김 산업 발전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핵심은 김을 반도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4년 10억달러(1조1000억원) 수출 플랜(계획)'을 가동하기로 했다.

김 수출, 9년 만에 6배 수준으로 성장

김은 이미 '될성 부른 나무'다. 밥반찬으로만 생각했던 김은 조미김, 김스낵 등 다양한 형태로 세계 90여국에 수출되고 있다. 2007년 6000만달러(약 700억원)였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3억5300만달러로 6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8월까지 3억71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해 이미 작년 기록을 넘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5억달러(약 5600억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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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반찬으로만 생각했던 김이 해외 90여 국에 수출되는 등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열린 영·유아 박람회에서 현지인들이 국산 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해양수산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부쩍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농수산식품 수출 10위였는데 2015년 3위로 뛰어오르더니 올해는 참치와 함께 2위 경쟁을 하고 있다. 라면이나 인삼은 5년 전에 이미 따돌렸다. 올해 김 수출액이 참치를 넘어서면 49년 만에 수산물 수출 1위가 된다. 한국 조미김의 인기가 높은 일본(지난해 7800만달러)이 최대 수출국이고 미국(7000만달러), 중국(6800만달러), 태국(5500만달러) 등에서 많이 팔린다. 미국에서는 조미김이 저칼로리 건강 스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고기처럼 등급제 도입하고 김맥 축제 홍보

정부는 김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고기처럼 김에도 등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품질에 따라 5단계 정도로 분류해 소비자들이 김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내년 초에 김 등급제 시행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으로 비행기와 크루즈에서도 김 스낵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수협을 중심으로 5g짜리 작은 포장 김스낵을 비행기 등에 납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에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승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기존 땅콩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 간식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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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치킨+맥주) 대신 김맥(김+맥주) 프로젝트도 벌인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맥주 축제에서 싱가포르 타이거맥주와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해수부 공두표 수출가공진흥과장은 "치킨보다 김 스낵이 살이 덜 찌는 건강 안주"라며 "실제로 해외에서도 안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경기 화성과 전남 목포에 김 가공 산업벨트 조성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김 산업 발전 협의회를 구성하고, 전남 해남에는 해조류 신품종 보급센터를 세워 좀 더 빨리 자라는 김 품종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해 과당 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산업구조도 고도화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 화성과 전남 목포를 중심으로 김 가공 산업 벨트를 만들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양식어가 2800여 곳, 마른김 가공업체 400여 곳, 조미김 가공업체 800여 곳이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수출형으로 김 생산업체들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수출의 장점은 생산부터 가공, 수출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단계별로 생기는 부가가치도 대부분 국내 어촌과 중소 가공업체에 떨어진다. 해수부는 1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면 김 양식어가 중엔 연소득이 3억원이 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석 기자(com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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