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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뉴스 TALK] 산업부 장관, 경주 原電 안전점검… 공론화 기간에 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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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 경북 경주 내남면 용장리 경주 지역 단층(斷層) 조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규모 5.8을 기록한 경주 지진 발생 1주년을 맞은 시점입니다. 이곳에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진 재발 가능성을 분석해 인근 원전(原電)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부는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중규모 이상 지진이 한반도에서 언제든 가능하고,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마치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암시한 셈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연구원 설명은 달랐습니다. 신중호 지질자원연구원장은 "1년간 조사 결과, 단기간 내 경주 주변에서 중규모(규모 4~6) 이상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경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일본처럼 규모 8~9 정도 지진은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지진 규모가 9.0이었습니다.

조선비즈


백 장관은 또 이날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를 찾아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도 했습니다. 그는 "사용후 핵연료는 10만 년 동안 계속 방사능을 배출할 수 있어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며 "다시 신규 원전을 계속 짓고, 노후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건 10만 년의 숙제를 미래 후손들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원전 인근 인구 밀집도가 높아 지진 등 자연재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문제는 지금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가 활동 중인 상황이란 점입니다. 산업부 장관의 이런 행보는 공론화 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언행입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른 원전 관련 단체들은 공론화위 활동이 끝날 때까지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외부 홍보·광고를 모두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를 두고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정부가 탈원전은 홍보하면서 한수원·한국원자력연구원의 원전 안전 홍보는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업부가 탈원전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려는 건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조사와 다른 내용을 사실처럼 공식자료에 담고, 공무원인 장관이 공론화 활동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특정 견해를 지지하는 행보를 펼치는 광경은 '정권 코드 맞추기'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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