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 인식과 다른 건국 두 주역
48년 건국파에게 ‘국부’인 이승만
“19년 건국” 일왕에 통보문도 보내
김구는 ‘동포들에게 고함’ 글 통해
“임정, 건국으로 가는 과도적 단계”
‘진영마다 입맛대로 해석’ 지적
진영에 갇힌 건국 논쟁 ① 건국 주역들이 본 건국
두 사람이 독립운동 기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었던 시기는 고작 6개월여. 이승만 임정 초대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을 위해 미국 하와이에서 상해로 온 1920년 12월부터 다시 미국으로 떠난 21년 5월까지다. 건국의 두 주역인 이승만·김구의 행로를 좇다 보면 후대의 인식은 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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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에서 임시의장으로서 “이 국회에서 건설되는 정부는 즉 기미년(1919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이며, 이날이 29년 만의 민국의 부활일임을 우리는 이에 공포하며 민국연호는 기미년에서 기산(起算)할 것”이라고 했다. 1919년이 대한민국 1년이고 이때가 대한민국 30년이란 주장이다. 실제 그해 7월 24일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썼다.
그 무렵 국회가 ‘대한민국 30년’(1919년 기준) 대신 단기(檀紀·단군기원·48년의 경우 4281년)만 연호로 쓰기로 법제화하자 이 대통령이 “이것(독립)을 삭제하고 상고적 역사만을 주장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충분한 각오가 못 되는 바”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48년 건국 취지의 발언도 했다. 1948년 8·15 경축사에서 “금년 8·15는 해방 기념 외 새로 대한민국의 탄생을 겸해 경축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듬해 같은 날에도 “민국 건설 제1회 기념일인 오늘”이라고 했다.
“백범이 있었기에 임시정부가 유지됐다”는 평을 듣는 김구 선생의 건국관은 보다 미묘했다. 임시정부가 곧 그였지만 그에겐 ‘임시정부 수립=건국’이란 생각이 없었다. 41년 11월 28일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발표하는데 “국가 건설 과정은 독립 선포-정부 수립-국토 수복-건국”이란 단계를 제시했다. 45년엔 그가 직접 ‘국내외 동포들에게 고함’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 단계는 건국 강령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건국의 시기로 들어가려는 과도적 단계다. 다시 말하면 복국(復國) 임무를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건국 초기가 개시되려는 단계”라고 규정했다. 3월 1일엔 ‘良心建國(양심건국)’이라는 휘호를 쓰기도 했다.
민족을 앞세웠던 그는 분단된 상태의 단독정부 수립을 끝내 안타까워했고 또 불참했다. 제헌국회에서 제헌헌법 논의가 한창이던 48년 6월에 “현재 국회의 형태로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 아무 조건도 없다고 본다”고 말한 일도 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김구 선생은 신생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았다”(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평가까지 나온다. 손세일 전 의원이 쓴 7권 분량의 『이승만과 김구』엔 그러나 48년 7월 김구 선생과 유엔 한국임시위원단 의장인 유어만 중국공사의 이 같은 대화록이 있다. “내가 (정부) 바깥에 있는 게 낫다. 더러운 정치싸움에 말려들기 싫다. 난 특정 정당의 비방에 의해 반미주의자로 알려졌다. 나는 중국과 미국만이 한국을 확실히 도와줄 수 있는 이웃나라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우리의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미국의 원조가 필요한데 내가 정부 안에 있으면 미국인들의 동정심에 찬물을 끼얹어 국가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학계 논란이 끊이질 않는 건 같은 사료를 두고도 진영마다 해석 또는 강조점을 달리하는 측면이 있어서다.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일례로 임정의 건국 강령을 두고 1919년 건국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의 주체가 되어 정식 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비해 1948년 건국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을 위한 과정임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 특별취재팀=강홍준·고정애·문병주·윤석만·안효성·최규진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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