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서 진앙 멀어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예방 조치 효과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정부가 지난 8일 자정 직전(현지시간) 남부 태평양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시청, 시장, 병원을 비롯해 수백채의 주택들이 무너져 총 7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9일 엘우니베르살 등이 보도했다. 남동부 타바스코에선 병원 정전으로 산소호흡기 작동이 멈춰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는 등 전체 사망자는 90명으로 집계됐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멕시코 당국은 수도 멕시코시티와 중남부 11개주에 휴교령을 내렸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번 지진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 해안에서 165㎞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났지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5000만명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규모 4.0 이상 여진도 20번 이상 이어졌다. 지진 규모는 역대 최대였지만 피해는 앞선 지진보다 적었다. 1985년 멕시코시티 지진(규모 8.0)으로 5000명이 사망했고, 1932년 멕시코시티 서쪽 500㎞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8.1) 때는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진원 깊이가 69.7㎞로 1985년 지진에 비해 2배 이상 깊었고, 대도시의 피해가 없었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멕시코시티는 진앙지와 965㎞ 떨어져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멕시코는 1985년 참사 이후 다양한 지진 대비 조치들을 시행했다. 전국에 1곳뿐이었던 지진 센서를 100여개로 늘렸다. 센서에서 진동을 감지하면 전국 8200개 경보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등 지진 감지에서 경보까지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건축법도 바꿔 신축 건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축물들은 콘크리트와 강철로 보강하도록 했다. 2012년 4월 남서부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규모 7.4 강진이 발생했을 때 사망자가 없었던 것도 이 같은 대응 때문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세계 지진의 90% 가까이 발생하는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다. 또 불법 건축물들이 여전히 많다. 이번에 피해가 주로 발생한 남부 오악사카, 치아파스, 타바스코 등도 불법 건축물이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응이 “운이 좋았을 뿐 완벽한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 계측과지진관측센터의 후안 마누엘 에스피노사는 “(진앙) 치아파스와 멕시코시티 사이의 거리가 절반만 됐어도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개선돼야 할 건축기준들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