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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역대 최대 강진 멕시코, 사망자 90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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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서 진앙 멀어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예방 조치 효과

규모 8.2의 역대급 강진이 강타한 멕시코에서 사망자가 90명으로 늘었다. 지진 규모에 비하면 사상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 주정부가 지난 8일 자정 직전(현지시간) 남부 태평양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시청, 시장, 병원을 비롯해 수백채의 주택들이 무너져 총 7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9일 엘우니베르살 등이 보도했다. 남동부 타바스코에선 병원 정전으로 산소호흡기 작동이 멈춰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숨지는 등 전체 사망자는 90명으로 집계됐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멕시코 당국은 수도 멕시코시티와 중남부 11개주에 휴교령을 내렸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번 지진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 해안에서 165㎞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났지만, 전체 인구의 4분의 1인 5000만명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규모 4.0 이상 여진도 20번 이상 이어졌다. 지진 규모는 역대 최대였지만 피해는 앞선 지진보다 적었다. 1985년 멕시코시티 지진(규모 8.0)으로 5000명이 사망했고, 1932년 멕시코시티 서쪽 500㎞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8.1) 때는 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진원 깊이가 69.7㎞로 1985년 지진에 비해 2배 이상 깊었고, 대도시의 피해가 없었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멕시코시티는 진앙지와 965㎞ 떨어져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멕시코는 1985년 참사 이후 다양한 지진 대비 조치들을 시행했다. 전국에 1곳뿐이었던 지진 센서를 100여개로 늘렸다. 센서에서 진동을 감지하면 전국 8200개 경보 시스템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등 지진 감지에서 경보까지 1분이 걸리지 않는다.

건축법도 바꿔 신축 건물은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기존 건축물들은 콘크리트와 강철로 보강하도록 했다. 2012년 4월 남서부 휴양도시 아카풀코에서 규모 7.4 강진이 발생했을 때 사망자가 없었던 것도 이 같은 대응 때문이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세계 지진의 90% 가까이 발생하는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다. 또 불법 건축물들이 여전히 많다. 이번에 피해가 주로 발생한 남부 오악사카, 치아파스, 타바스코 등도 불법 건축물이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응이 “운이 좋았을 뿐 완벽한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 계측과지진관측센터의 후안 마누엘 에스피노사는 “(진앙) 치아파스와 멕시코시티 사이의 거리가 절반만 됐어도 시나리오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개선돼야 할 건축기준들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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