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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금감원 노조 '이상한' 새 원장 반대 목소리…민간 출신 오자 "금융시장 장악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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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11일 취임하는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 직원들에게 별로 환영을 못 받는 모양입니다. 지난 6일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금감원 노조는 총알같이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감독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으로,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최 원장의 경력을 문제 삼은 겁니다. 금감원을 ‘돌발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응급실’에 비유하면서, 민간 출신이라 응급실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 시장의 분위기는 다릅니다. 관료 출신이 아닌, ‘시장을 아는’ 금감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 같습니다. “새 금감원장은 금융 시장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 다행”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금감원 직원들과 금융권의 반응이 이처럼 천양지차가 나는 건 금감원의 역할에 대한 시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노조의 성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를 견제해야 할 뿐 아니라 금융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를 견뎌내야 하는 힘든 자리”라며 “최 원장이 임명된다면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시장을 장악의 대상으로 보는 거죠.

금융업계는 당혹스럽고, 불쾌하다는 표정입니다. 한 금융사 임원은 “금융시장 장악이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 거냐. 경악스럽다”고 하더군요.

금감원 노조는 한때 유력한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해선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었습니다. 금융 관련 경력이 전혀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05~2006년 민정수석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 친분이 있다는 걸 주목했던 듯합니다. 그래서 ‘강한 금감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는데, 얕잡아보던 금융회사 사장 출신이 기용되자 볼멘소리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관치(官治)’입니다. 금감원 직원들만 그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 원장의 첫 번째 과제가 무엇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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