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 14부는 숨진 항공사 사무장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과중한 업무에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평소 앓던 고혈압이 악화해 뇌출혈로 사망하게 됐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그의 월평균 비행시간이 사망 전해인 2015년 109시간 21분이었지만, 사망 전 3개월간은 약 114시간으로 늘어났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업무가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숨지기 석 달 전인 10월의 경우 근무시간이 123시간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사망 전 3개월간 평소보다 늘어난 비행근무를 했다"며 "이는 (소속) 항공사 전체 승무원 평균 비행시간보다 많고, 장거리·야간 비행 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고 말했습니다.
근무시간뿐 아니라 업무 강도, 책임, 휴무시간 등 근무환경을 고려할 때도 업무가 과중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비행 안전에 관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승객의 다양한 요구에 친절히 응대해야 했다"며 "주된 업무공간인 비행기 내부는 지상보다 기압이 낮고 소음과 진동이 지속하며 휴식처가 협소해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제선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 불과 며칠 사이에 밤낮이나 계절이 바뀌는 등 신체가 적응할 새도 없이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며 "객지에서 하루 이틀의 휴식시간은 건강상태에 따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2011년 사무장으로 승진한 후 국제선 운항 때는 일반 객실승무원으로 일했고, 국내선 운항 때는 선임 승무원으로 일반 승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업무 등을 맡았습니다.
그의 2015년 월평균 비행근무 시간은 109시간 21분, 총 비행횟수는 248회였습니다.
이 가운데 4시간 이상 비행은 86회, 야간 비행은 79회였습니다.
사망 직전인 지난해 1월 2일 인천에서 말레이시아로 5시간 30분간, 이틀 뒤인 4일에는 인천으로 돌아오는 4시간 50분간 야간 비행을 했습니다.
그는 귀국 이틀 후인 6일 독일행 비행을 위해 본사로 출근했지만,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민경호 기자 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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