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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단독]문체부, 도종환 장관 뜻 달리 호화출장 방석호 소송 소극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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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감사실이 ‘황제출장’으로 물러난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홍익대 교수)의 손배배상청구소송에 대한 항소 여부를 아리랑TV의 자체 판단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불성실 소송’으로 방 교수에 대한 면죄부 방조 의혹을 받고 있는 아리랑TV에 책임을 묻기보다 거꾸로 항소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문체부 감사실의 이같은 방침은 도종환 장관의 뜻에도 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아리랑TV 한 직원은 “지난 1일 1심 법원이 예상을 깨고 방 교수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후 문체부 감사실이 처음에는 항소하라고 했으나 다음날 ‘알아서 판단하라’고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소송은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아리랑TV가 감사실로 문의가 와서 이같은 기조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하라고 안내한 것 일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율적 판단을 강조한 문체부 해명은 방 교수에 대한 아리랑TV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지난해 5월 문체부의 특감결과에 따른 것 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체부는 지난해초 특감을 통해 방교수가 업무추진비 1715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아리랑TV에 환수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는 방교수가 아리랑TV 사장 시절 내부규정을 어기고 자택부근에서 법인카드로 자주 호화식사를 하고 해외출장시에도 일비를 사용하지 않고 법인카드로 택시비와 개인 식·음료를 주문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방 교수가 2015년 5월과 9월 뉴욕출장시 법인카드로 가족들과 호화식사를 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사실상 치명적 비리는 눈감은 채 자잘한 비리만 문제를 삼은 것이다

그나마도 지난해 8월 검찰이 업무상횡령혐의 전부에 대해 불기소결정을 내리면서 방 교수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는 좌절될 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지난해 9월 검찰 불기소 결정의 문제점과 문체부의 부실감사의혹을 잇따라 밝혀내고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원의 지적이 잇따르자 아리랑TV는 방 교수에 대해 부당이득 환수소송을 제기했다.

아리랑TV 한 직원은 “회사는 애당초 부당이득 환수에 뜻이 없었으나 여론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했다가 이번에 1심에서 소송이 기각 당하자 ‘차라리 잘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부당이득 환수액이 인정돼야 고작 1715만원 인데 소송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논리를펴고 있지만 방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비리를 대충 덮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문체부가 아리랑TV에 항소여부를 맡기는 것은 사실상 항소포기 의사나 다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리랑TV는 지난달 25일 문재완 사장이 사임한 후 이명박 정권시절 청와대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김상훈 인하대 교수가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아리랑TV가 문체부 감사실의 묵인 아래 사실상 ‘불성실 소송’으로 방 교수에 대한 1심 패소를 자초했다는 비난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아리랑TV 경영지원실은 ‘소송대응을 어떻게 했는지 재판기록을 공개하라’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문체부 감사실도 ‘아리랑TV가 최선을 다했는지 소송기록을 확인해봤느냐’는 경향신문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향신문이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방 교수에 대한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심창섭 판사는 박근혜정권시절 검찰의 불기소결정문을 유일한 증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딱 2줄에 불과했다. 심 판사는 “을 제3호증(검찰의 불기소이유서)기재에 따르면 피고(방석호)가 원고(아리랑TV)의 내부규정에 위반해 해외출장비,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 판사 판단과 달리 검찰은 방교수가 각종 내부규정을 위반해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검찰의 불기소이유서에는 방교수가 해외출장시 지급된 일비 대신에 법인카드로 택시비 20여만원을 결제하고 총 38회에 걸쳐 업무추진비 848만원을 자택부근에서 사용한 것은 내부규정 위반이라고 기재돼 있다.

검찰은 방 교수가 내부규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뿐 횡령의 고의가 있다고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임에도 법원은 한발 더 나가 내부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리랑TV 노조는 “판사가 검찰 불기소이유서나 제대로 읽어보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더구나 법원 판결문에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후 드러난 숱한 의문점은 하나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

특히 2015년 5월 방교수가 아들의 미국 듀크대 졸업식 때 110만원짜리 호화 만찬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부분은 경찰이 검찰의 무혐의결정을 뒤집고 지난 7월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당시 저녁자리에 대해 방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아들 친구 아버지인 중국인 변호사와 아리랑TV 중국진출과 관련해 업무상 협의를 벌였다’고 주장해 사법처리망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해당 중국인 변호사는 “그날 모임은 가족모임이었다”는 e메일을 경향신문에 보내와 경찰이 이를 기초로 다시 업무상횡령으로 판단했다.

2015년 9월 자택 근처의 프렌치 식당에서 국정원 직원과 94만원짜리 식사를 하며 업무상 협의를 했다는 방교수의 검찰 진술 역시 허위로 드러났다. 경찰이 국정원에 공식문의한 결과 당시 방교수와 같이 밥 먹은 직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검찰의 무혐의 결정은 숱한 허점이 드러나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방교수의 업무상횡령에 대해 재조사를 하고 있음에도 법원은 종전 검찰 결정에 기대어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아리랑TV 입장에서는 당연히 검찰의 무혐의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면이나 증거를 제출했어야 함에도 아리랑TV가 제대로 대응했는지 의문이다. 아리랑TV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이모 변호사는 ‘소송과정에서 검찰 무혐의 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느냐’는 경향신문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문체부 감사실과 아리랑TV의 미온적인 태도와 달리 도종환 장관은 엄정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리랑TV의 한 직원은 “문체부 감사실이 당초 회사 경영지원실에 전화로 항소를 지시했던 것은 도장관의뜻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알고 있는데 왜 갑자가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만화진흥영상진흥원장에 문체부 6급 주무관이 지원해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을 때도 문체부직원들은 ‘개인이 결정할 일’이라며 도장관 뜻을 거부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문체부 내부의 인의 장막에 둘러쌓여 아직까지 장관의 뜻이 밑에 실무진까지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체부 황성운 대변인은 논란이 확산되자 “우리부 기본 입장은 항소하는 것인데 감사실 실무자가 내용을 잘 모르고 아리랑TV에서 항소여부를 결정하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하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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