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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업무와 무관한 회사 차량 운전하다 사고낸 직원...대법 “배상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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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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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업무와 관련 없는 회사차량 운전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낸 직원에 대해 회사가 구상권을 행사해 배상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구상권이란 다른 사람의 돈을 대신 갚아준 사람이 이후 그 다른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도·소매 업체인 ㄱ사가 전 직원인 장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ㄱ사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해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2013년 7월 ㄱ사에서 경리업무를 하던 장씨는 회사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최모씨가 몰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최씨에게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혔다. ㄱ사는 최씨와 최씨 보험회사에 총 3억2000여만원을 배상한 뒤, 사고를 일으킨 장씨에게 “해당 금액을 회사에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사고 당시의 상황 등을 종합해봤을 때 ㄱ사가 청구한 3억2000여만원의 구상금을 장씨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대법은 “사용자인 ㄱ사가 노동자였던 장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법 2조의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등을 고려해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노동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은 “장씨는 경리직원으로 일하며 한 번도 운전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며 “ㄱ사의 필요에 따라 부장 박모씨의 거래처 출장을 위해 장씨가 운전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조수석에 탑승해있던 박씨는 장씨가 전방주시의무 등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는데도 위험을 알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장씨가 회사의 자동차종합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실을 ㄱ사가 장씨에게 알리지 않고 운전하게 했다”며 ㄱ사 측의 사고발생 책임을 지적했다.

앞서 1심은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장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장씨가 구상금 청구액 3억2000여만원의 20%인 6400여만원을 ㄱ사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2심은 “장씨가 전방주시 의무 등을 소홀히 해 당시 사고가 발생했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거래처로 출장을 가기 위한 운전업무의 경우 회사의 특별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은 “2심은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구상권 제한의 법리를 오해했다”며 고등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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