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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설경구 “노인 분장하느니 그냥 제가 늙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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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 ‘살인자의 기억법’ 주연 설경구

치매 걸린 60대 살인자 연기하려

하루 줄넘기 1만개로 10kg 감량

그렇게 건조한 ‘얼굴’을 만들었다

“배우는 얼굴을 바꿔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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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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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때부터 굵직한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설경구(50)는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 아닌 ‘배우의 예술’로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연기파 배우다.

시대의 아픔을 관통해낸 <박하사탕>의 영호, 밑바닥 인생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오아시스>의 종두, 일본 열도를 뒤흔든 영웅이지만 나라 잃은 불행한 레슬러 <역도산>,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통쾌함을 안겨준 <공공의 적>의 꼴통 강철중, 비열한 웃음과 강렬한 눈빛으로 포효했던 <불한당>의 재호까지….

이번엔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다. 김영하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돌아온 설경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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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언제부턴가 비슷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아 불만과 고민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 캐릭터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하는. 그러다 보니 얼굴을 바꿔야겠더라고요. 원작 속 ‘병수’는 뭔가 기름기 없는 건조한 느낌이어서 그걸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병수’가 또 다른 연쇄살인마 ‘태주’(김남길)를 만나면서 자신의 딸인 은희(설현)를 지키기 위해 망각과 싸우는 이야기다. 치매에 걸린 60대 초반 ‘병수’를 연기한 그는 10㎏ 넘게 살을 뺐다. “<나의 독재자> 찍을 때 특수분장을 했는데, 부자연스러웠어요. 중늙은이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과 상의하다 제가 그랬죠. ‘그냥 제가 늙을게요.’ 하하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줄넘기를 하루 1만번씩 했다. “어느 날엔 촬영시간 맞추려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줄넘기를 했어요. 병수가 살인을 습관처럼 하듯, 저도 습관처럼 줄넘기를 한 거죠.” 그런 강박 탓일까. “얼굴 좋아졌다”는 흔한 인사치레에도 불안이 밀려왔다. “살을 빼고 촬영장에 갔을 때 감독과 스태프들이 ‘왜 이리 말랐냐’고 걱정을 하는데, 그 소리가 ‘참 잘했어요’로 들렸어요. 하하하.”

감독만큼이나 설경구에게도 ‘원작’의 부담감이 컸다. 자칫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원작을 리모델링하는데, 원신연 감독은 아예 뼈대만 남기고 재건축을 했어요. 영화는 원작보다 각 캐릭터의 존재감이 커졌죠. 민태주와 안병만(오달수)을 살려낸 점이 영화의 장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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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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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그는 작품 외적인 논란에 시달려왔다. ‘비호감’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그랬던 그에게 <불한당> 이후 팬 카페가 생겼다.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팬심 가득한 별명도 붙었다. “저 지금도 비호감이에요. 하하하. <불한당>이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아직 팬덤을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진 나가지도 못했고요.”

데뷔 25년 차, ‘지천명’ 설경구는 여전히 다음 캐릭터의 ‘얼굴’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 “25년간 전 롤러코스터 같은 배우였어요. 꽤 흥하기도, 꽤 망하기도 했죠. 차기작은 <한공주> 이수진 감독이 만드는 <우상>인데, 캐릭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잠이 안 와요.”

본인 얼굴에는 만족하는지 물었다. ”아~ 제 얼굴요? 아직까진 감사하게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하하하. 나이가 들어도 눈은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기심 반짝이는 ‘청년의 눈’이면 좋겠네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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