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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문체부 장관에 예술위원장 유력후보까지"…'문단 편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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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황현산 문학평론가 장르간 형평성 차원서 문제"

문단도 "'친일·친독재' 서정주 기리는 미당문학상 심사" 비판

뉴스1

황현산 문학평론가(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문화예술계에서는 신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유력 후보군 가운데 문학평론가인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급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도종환 장관이 시인 출신인데, 전체 문화예술계 지원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수장까지 문인이 맡는 건 예술계 내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단 내에서조차 친일·친군부정권 전력을 가진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문학상'의 심사위원을 여러 차례 지낸 황 명예교수의 경력이 '촛불 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학적 관점은 개인의 예술적 자유에 속하지만, 공공기관장으로서 일하는 데는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임 예술위원장은 '블랙리스트' 청산 작업과 문화예술 분야 지원 재원인 '문화예술진흥기금' 확충, 정치적 독립성 확보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임무가 막중해 73세 고령의 황 명예교수가 과중한 업무를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신임 예술위원장 최종 후보군에 황 명예교수 등 5명이 올라가 인사 검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황 명예교수는 최종 후보군 가운데 가장 원로이자 '중량급' 인사로 도종환 장관의 권유로 공모에 응한 것으로 알려져 '임명이 유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황 명예교수는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경남대·강원대 교수를 거쳐 1993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번역비평학회장, 미당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문인 423명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황 명예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주변 문인들의 권유가 있었으나, 장관 추천은 낭설"이라며 "나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예술위 심의위원에서 배제됐던 만큼 예술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공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에선 그러나 장관이 시인인데, 문화예술계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위의 수장까지 문인이 온다면 지나친 '특정 분야 인사 편중'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연극 무용 전통예술 등 공연 장르에 예술위의 지원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분야를 잘 아우를 수 있는 인사가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예술위의 분야별 지원 규모에서 개인화된 예술장르인 문학과 미술(시각예술)의 비중은 매우 낮다. 예술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문학과 미술 분야 지원 비중은 합쳐서 전체의 10%선에 불과하다. 90%가 공연, 전통예술, 소외계층 지원 등으로 각각 나뉘어 지원된다.

이로 인해 공연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미술계 한 전문가는 "기관장 인사에서 문학 편중 현상도 문제지만, 문예기금 확충 등 예술계 지원을 위해 예산을 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기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모제와 예술단체 추천제를 병행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명예교수가 속한 문단에서도 미당문학상 심사위원을 여러 차례 지낸 그의 전력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단 한 관계자는 "황현산 선생이 예술위원장이 된다면 문화예술인들의 호불호를 떠나서 시민들의 '정서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인 예술위원장이라면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문학의 미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공공선인 도덕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며 "'친일·전두환 찬양' 전력이 있는 문인 서정주를 기리는 미당문학상의 심사위원을 여러 차례 지낸 경력은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과는 어울리는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른 문인은 "예술위가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민간 중심의 구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덕적 흠결이 없는 위원장이 와야 한다"며 "그러나 황 명예교수는 올해 '5.18 문학상'에서도 광주민주화항쟁과 어울리지 않는, 미당문학상을 받았던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문단 관계자는 "황 명예교수는 과거 문인 출신 기관장보다 고령으로 행정·정책 능력을 갖춘 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보다 젊고 진취적인 인사가 예술위 수장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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