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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위험천만 '술취한 자전거'…단속·처벌 없는 안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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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맞아 한강공원에 자전거족 급증..음주라이딩도 증가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 음주운전은 단속 대상서 제외

자전거 사고 2011년(2883건)→작년(5936건)으로 105.8%↑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아무리 자전거라지만 한강공원에는 아이들도 많은데 술 마시고 타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성큼 가을로 접어든 주말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주말을 맞아 5살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온 강모(35)씨는 자전거 라이딩 복장을 한 채 맥주를 마시는 ‘자전거족(族)’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씨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람도 있던데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냐”며 “자전거 음주운전도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강공원 사고 절반이 자전거 교통사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쾌청한 날씨를 즐기려는 자전거족들로 한강공원이 붐비고 있다. 주말 찾아간 한강공원에는 벤치에 자전거를 세워둔 채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자전거족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 간단히 목을 축이는 정도였지만 일부는 대낮부터 마신 술로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라 있었

다.

‘음주 운행’을 하는 자전거족 탓에 아이들과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은 혹여 아이가 다칠까 노심초사다. 하지만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처벌조항이 없어 현실적으로 이들을 제재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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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에 제출한 ‘한강공원 내 사고 현황’에 따르면 사고 유형 중 자전거 사고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전거 사고 발생 건수는 2012년~2015년까지 각각 399건·255건·244건·238건으로 총 한강공원 내 사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자전거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달은 8월로, 2013~2015년까지 3년간 8월에 발생한 자전거 사고만 177건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8월에 자전거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음주운전을 꼽는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교수는 “아무래도 더운 날 자전거를 타고 쉴 때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고 출발하는 사람이 많아 자전거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자전거 사고 5년새 두배 이상 늘어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의 경우 음주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단속할 근거가 없는 상태다. 도로교통법 제50조에 ‘자전거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사실상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지난 발의했다. 자전거 음주운전을 단속을 의무화하고 자전거 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일 경우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가 낸 사고는 2011년 2883건에서 2016년 5936건으로 5년새 105.8%(3053건)이나 늘었다, 작년 자전거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6292명으로 2015년(2987명) 대비 110.6%(3305명)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13명이나 됐다.

홍 교수는 “자전거도 일종의 자동차로서 음주 운전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급히 법제를 정비한 뒤 자전거를 탈 때 맥주 한 캔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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