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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신혜경의 커피와 경제] (41) 핸드드립 기구와 사용법 이해하면 다른 커피맛 즐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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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는 커피가루에 물을 붓거나 우려서 커피성분을 뽑아낸 다음 취향에 따라 설탕 등의 감미료나 우유 등을 첨가하여 마시는 것이다. 이러한 추출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역사가 길지 않다. 반면 커피가루를 물에 끓여 마시는 터키식 커피는 아랍이나 터키 등 이슬람에서 커피를 음료로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그 역사가 아주 길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전자기기식 퍼컬레이터(percolater)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커피를 주전자에 가루째 끓여 마셨다고 한다. 이 방식으로는 커피의 풍미를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 퍼컬레이터는 가열된 물이 주전자 가운데 있는 유리관을 타고 올라가서 커피가루에 분사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커피를 여과추출식(드립식)으로 우려내는 기구다.

유럽사람들은 17세기 중반에야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 때 유럽인들은 터키식으로 커피가루를 주전자에 넣고 끓여 진하게 마셨다. 곧 잔에 남는 커피가루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700년대 초에 헝겊자루 속에 가루커피를 넣어 공중에 매달아 놓고 그 위로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서 마시는 방식을 개발했으나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오늘날과 같은 핸드드립 방식의 커피 추출 방식은 1908년 독일의 주부 멜리타 벤츠(Melita Bentz)가 양철컵의 바닥에 여러 구멍을 뚫은 후 압지를 그 구멍에 대어 커피를 추출한데서 비롯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의 가정에서도 구멍뚫린 드리퍼 위에 여과지를 놓은 후 커피가루를 담고 그 위로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을 살짝살짝 부어가면서 커피를 우려내는 핸드드립(hand drip)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핸드드립은 여러가지 폴오버(pour over) 추출법 중의 하나로서 커피의 특정한 향미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추출법이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면 커피 주전자로 물줄기를 조절하면서 세심하게 추출하여야 하므로 커피 본연의 아로마와 풍부한 맛을 깔끔하게 즐길 수 있다. 물을 떨어뜨리면서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에 퍼져 나오는 은은한 커피 향을 맡는 즐거움도 있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준비물은 매우 간단하다, 서버(추출된 커피액을 받는 컵), 드리퍼(여과지를 올려두는 도구), 여과지(종이필터나 융), 뜨거운 물, 드립주전자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제대로된 커피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의외로 신경써야 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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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순서



핸드드립을 하는 순서로는 서버(추출커피액을 받는 컵)위에 드리퍼를 올려놓고 필터를 끼워 준비한다. 그 안에 사용할 커피원두를 분쇄하여 마시고자 하는 농도와 추출수율(추출된 커피 속에 사용하는 커피의 가루에서 녹아 나올 수 있는 가용성분 양의 비율))에 따라 사용할 커피양을 결정하여 담는다.

커피주전자에 원하는 온도의 물을 담고 원하는 물줄기 굵기로 달팽이 모양(다양한 드립 방식 중의 하나)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 붓는 물 양을 생각하여 물줄기 굵기와 붓는 속도를 조절하고 물과 접촉하는 시간을 생각하여 붓는 횟수를 결정하고 중간중간에 기다리는 시간적 여유를 두게 된다. 추출된 원액을 원하는 농도로 희석하여 원하는 온도에서 즐기면 된다.

이러한 핸드드립 커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종 결과물에서 어떤 맛과 향을 원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원두를 고르고 그 볶음 정도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원두의 특성에 따라 분쇄입자의 크기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물의 온도, 물의 양, 커피와 물과 접촉하는 시간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만약, 약볶음(Medium Light)의 원두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88도~95도의 일반 추출온도보다는 더 높은 끓는 물을 이용하여야만 덜 볶여진 커피조직에서 커피성분을 충분히 우려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핸드드립을 할 때 본격적으로 커피 성분을 뽑아내기 전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살짝 부어 뜸들이기 또는 불리기를 한다. 커피성분을 용해시켜 진한 커피성분이 연한 액으로 쉽게 끌려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충분한 뜸들이기를 한 후 추출한 커피 추출액의 농도와 뜸들이기를 하지 않거나 짧게 하고 빠르게 추출한 커피추출액의 농도는 확연히 다르다.

핸드드립을 할 때, 커피분쇄 입자크기도 아주 중요하다. 분쇄입자 크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다. 가루의 입자가 너무 가늘면 가루가 필터의 구멍을 막아서 물이 천천히 통과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진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입자가 너무 굵으면 물이 빠르게 통과하게 되므로 추출 커피가 연하게 된다. 종이필터를 사용하게 된다면 0.02mm 입자 이하에서 구멍이 막히며, 융필터를 사용할 경우는 0.08mm이하의 입도에서 막히게 된다는 실험데이터가 있다.

흔히, 분쇄 입자의 크기가 1mm이상일 때 굵은 분쇄라고 한다. 중간분쇄는 1~0.7mm, 가는 분쇄는 0.7~0.5mm, 에스프레소 분쇄는 0.3~0.25mm, 그 이하는 미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동굴 모양의 조직을 가진 원두를 1mm 크기로 분쇄한다면 모두 정확히 1mm 크기로 절삭되는 것은 아니다.

약 30% 정도만 1mm 크기를 만들고 나머지는 으깨어지거나 파쇄되는 것도 있어서 1mm 이하의 크기도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일정한 분쇄 입자의 커피가루를 준비하는 것이 커피의 맛을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원두를 갈 때 발생하는 마찰열은 지질(기름) 성분을 쉽게 나올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커피를 검게 변색시키거나 고약한 냄새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마찰열에 미분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분쇄커피 가루의 온도가 쉽게 올라가게 되고, 여기에 뜨거운 물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커피성분이 과도하게 추출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대로 된 맛을 만들어 내기 어려울 수가 있는 것이다. 원두를 연이어 여러잔을 갈아 핸드드립을 하고자 할 때에는 마찰열이 사라지도록 약간 기다리는 것이 좋다.

한편, 핸드드립 커피는 드리퍼에 필터를 놓고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므로 드리퍼가 매우 중요하다. 드리퍼마다 모양이 다르고 리브(물빠짐을 돕는 드리퍼 벽면에 붙어있는 골)의 모양과 추출구의 크기가 다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드리퍼 중 고노와 하리오 드리퍼는 멜리타, 칼리타 드리퍼보다 추출구가 비교적 커서 물빠짐이 상대적으로 빠른 장점이 있는 반면 멜리타와 칼리타 드리퍼는 추출구가 고노와 하리오 드리퍼에 비해 작아서 물빠짐이 느린 편이다. 그러므로 사용하는 드리퍼가 무엇인지에 따라 적절한 원두와 분쇄입자 크기를 조절하여야 한다.

멜리타 드리퍼는 하부의 추출구가 한 개 있다. 추출구가 한 개이면 추출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내부바닥의 폭을 넓게 하고 리브를 가늘고 높게 하여 물빠짐이 원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물이 일정하게 머무르면서 추출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칼리타 드리퍼는 멜리타 드리퍼보다 리브를 더 많이 촘촘하게 만들었다. 추출구도 3개로 늘려 물 빠짐이 멜리타보다는 좀더 빠르게 개량된 일본에서 고안한 드리퍼이다. 이것은 물 빠짐을 일정하게 만들어 주므로, 맛을 잘 표현해 주지만 물줄기를 불규칙하게 할 때는 오히려 맛이 지나쳐서 부정적으로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고노 드리퍼는 원추형 모양이고 추출구가 큰 편이며 리브가 드리퍼의 중간이하의 하단에만 있다. 물을 부으면 물은 물빠짐이 안되는 드리퍼 상단에서 어느 정도 머물러 있다가 리브가 시작되는 하단에 도달해서야 밑으로 물빠짐이 되는 구조이다. 이런 특징으로 볼 때 이 드리퍼는 추출속도를 어느 정도 느리게 만들기도 하므로 진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내기가 쉽다.

하리오 드리퍼도 고노 드리퍼와 같이 원추형 모양이나 추출구가 더 큰 편이다. 리브는 고노 드리퍼와는 달리 회오리 모양이며 상부까지 리브가 만들어져 있어 물빠짐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추출속도가 빨라서 연하고 부드러우며 산뜻하고 풍부한 향과 깔끔한 후미를 가지게 된다. 하리오 드리퍼를 이용하여 진한 커피를 추출하고자 한다면 커피 양을 늘리거나 분쇄 입자를 가늘게 하여 추출속도를 떨어뜨려 추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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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퍼 종류 (출처, (사)한국커피협회, “커피지도사 2급”, 커피투데이, pp1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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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을 위해서는 필터도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필터의 종류로는 종이, 융, 금속 등이 있는데 종류에 따라 재질, 구멍의 수, 구멍의 크기가 각기 다르다.

종이필터는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져 있다. 융필터보다 구멍 크기가 더 작아 지질과 같이 통과되지 않는 커피성분도 있다. 지질이 종이필터에서 걸러지므로 추출결과물인 용액은 매우 깔끔한 특징을 만들어낸다.

반면, 융필터는 종이필터에 비해 구멍이 크므로 지질까지 통과하여 추출되는 특색이 있다. 그래서 더욱 풍성하고 묵직한 맛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융필터는 사용하고난 후의 세척과 보관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잘못 보관하면 이전에 추출한 커피의 오일냄새가 베여 있어서 다음 추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융필터를 사용할 때에는 셋팅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융털이 있는 면을 밖으로 하고 매끈한 면을 안쪽으로 준비해야 한다. 만약 뒤집어 추출을 하면 커피성분이 통과할 때 안쪽에 있는 융털이 함께 구멍으로 밀려나오려고 하기 때문에 추출이 방해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간편성과 청결함, 뒤처리의 손쉬움의 이유로 주로 종이필터를 선호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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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필터와 융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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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물줄기를 조절하며 물을 떨어뜨리는 방식도 여러가지가 있다.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며 추출하는 점드립, 꽃 모양을 그리듯이 물줄기를 드리우는 꽃모양 드립, 동전크기 만큼만 달팽이를 그리듯이 둥글게 드리우는 동전드립 등 그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여기에는 손기술이 들어간다. 드립 기술에 따라 추출 결과물의 향미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익숙해질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여 숙달해야 한다. 꾸준한 연습만이 해답이다.

달팽이 모양이든 꽃모양이든 꾸준히 핸드드립을 연습하여 가정에서 나만의 커피를 만들어 보자. 커피메이커나 에스프레소 샷으로 뽑은 커피음료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혜경 전주기전대학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교수(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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