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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라가르드 총재가 인정한 한국 경제…남은 과제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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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땅이 굳어졌다" 속담으로 20년 위기극복 역사 빗대…새 정부 포용적 성장, 외환건전성 관리 중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졌다“(After rain, the ground becomes firmer)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7일 서울에서 열린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피터슨연구소 공동 주최 국제컨퍼런스에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한국의 발전을 이 속담으로 표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 “한국은 자체적으로 번영하는 선진 경제로 변화했고,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고취했다”고 평가했다.

IMF 외환위기가 가져 온 충격은 적지 않았다. 외환보유액 잔고가 없어 대외 지급을 할 수 없는 국가부도 상황에서 210억 달러를 빌려준 IMF는 고강도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대마불사일 것 같던 은행과 기업들이 망했고, 실업자가 양산됐다.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20년 한국의 경제규모는 3배 이상 커졌다. 1997년 500조원을 밑돌았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600조원을 넘었다. 1998년 역성장(-5.5%) 쇼크로 7989달러까지 쪼그라든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7561달러로 늘었다. 수출액은 1297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4배 가량 급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말 기준 3848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규모로는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라가르드 총재의 표현대로 “위기를 딛고 튼튼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에 맞닥뜨렸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2%대로 주저 앉았다.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하지만 앞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성장세가 꺾이는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적잖다.

한은은 최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8~2.9%로 추정했다. 정부와 한은의 재정·통화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연간 3% 성장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다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그동안 골고루 성장하지 못한 점도 해결해야 될 과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 실질소득은 145만7000원으로 1997년보다 5만8000원(-3.9%) 적었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실질소득이 평균 19.1%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1997년 0.257이었던 지니계수도 지난해 0.278로 되레 악화됐다.

최근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주문하는 이유다. 라가드르 총재 역시 이날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도 이런 문제 인식과 맞물려 있음은 물론이다.

라가드르는 포용적 성장과 함께 혁신도 강조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혁신에 의해 주도되는 질적 성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IMF 20주년을 맞은 지금 외환보유액이 예전보다 많아졌고 당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능성도 낮아졌지만 금융안전망을 물샐 틈 없이 갖춰 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점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 중단, 10월 만기를 앞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의 지지부진 등은 풀어가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유엄식 기자 usyoo@,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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