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피해 호소하자 자작으로 몰아가…'서울시립대 몰카 사건' 진실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사진 픽사베이, 서울시립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몰래카메라 피해를 호소하는 익명의 글이 한 대학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 게재되자 '남성을 비하하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몰카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보다 '사실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경찰 확인 결과 실제 사건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제가 몰카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됐다"는 익명의 제보 글이 게재됐다.

중앙일보

[사진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이 글에 따르면 범인은 서울시립대 학생이었으며 자신의 집 화장실이 찍힌 동영상의 존재를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알게 됐다. 글쓴이는 "범인은 제 가슴 사이즈도 알 수 있을 정도던데 나는 범인이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것과 후문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만 안다"며 "동대문경찰서 유치장에 있는데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합의를 원한다고 한다. 웃기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사진 서울시립대 익명게시판 화면 캡처]


이후 서울시립대 익명게시판에서는 해당 글에 대한 진위를 지켜보자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한 학생은 "동대문경찰서에 전화해 서울시립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몰카 범죄 사건이 접수된 적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런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사실관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사진 서울시립대 익명게시판 화면 캡처]


그러자 몰카 피해 호소 글이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특정 사이트의 공격 수법이라는 글까지 등장했다. "특정 사이트에서 남혐(남성혐오)하려고 망상 글 쓰고 댓글로 선동하는 데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여성이 약자임을 각인시키려고 허위제보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중앙일보

[사진 서울시립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서울시립대학교 대나무숲 관리자는 긴급 공지를 통해 "사건 당사자와의 연락을 통해 실제 사건임을 확인했다"며 "진위 확인을 위해 경찰서로 전화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 사건임이 확인됐고 전화로 문의했던 학생들에게 답변했으니 더는 경찰서에 전화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상황에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서울시립대 학생이 몰래카메라 범죄로 입건돼 검찰에 송치된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구속된 학생을 상대로 여죄를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몰래카메라 범죄의 경우 단지 화장실에 간 것만으로 범죄의 피해자가 된 것인데, 그런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것은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나 지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며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감수성은 몰카 등 성범죄 문제 해결에 굉장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