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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류영진 식약처장의 ‘마이웨이’ 위기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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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

여야 의원들 빈축 산 류영진 처장의 ‘황당’ 발언

“약사 출신이라 식품 안전 전문성 없다” 지적엔 “약식동원이다”

“식약처 발표대로 살충제 계란 매일 2.6개 먹어도 되냐”묻자 “평생 먹을 순 없잖나”

“살충제 계란 위해 평가가 혼란 준다” 지적엔 “언론은 발표 안한다고 난리였다”

이 총리의 질책을 두고는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



각종 현안이 발생했을 때 정부 부처의 수장들에게 국회 상임위원회 현안보고 자리는 ‘호랑이굴’과 같습니다.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숨돌릴 틈 없이 매서운 질타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하고 책임있는 태도와 신뢰할 만한 전문성을 보여주면 되레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국민적 관심의 한가운데에 놓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경우는 정반대입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지자 열린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류 처장은 무책임한 태도, 전문성 떨어지는 답변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불 붙은 데 기름부은 격’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단있고도 성실한 태도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대비됩니다. 야당으로부터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22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회의에서도 류 처장은 ‘마이웨이’식 답변을 이어가 여당 의원들에게마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빈축을 샀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한숨을 유발한 류 처장의 답변들을 사례별로 정리했습니다.

1) ‘동문서답’



권석창 의원(자유한국당): 류영진 식약처장은 약사 출신이다. 그래서 식품 안전 문제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류영진 처장: 약식동원이라고 한다. 약의 분해과정을 알려면 식품을 모르면 안되기에, 식품에 대해 약사가 문외한이라는 건 동의할 수 없다.



먼저 ‘동문서답’입니다. 류 처장은 약사 출신으로 ‘식품 안전성’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약식동원”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식품의 안전한 유통과 관리에 대해 물은 질문으로, “의약품과 음식은 몸에 이로운 것으로 그 근원은 같다”는 옛말이 활용되기에 적절한 타이밍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2) ‘우이독경’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 식약처의 살충제 계란 위해평가에 대해 한국환경보건학회가 반발하고 맹질타하고 있다. 매일 먹는 계란은 만성 독성이 문제인데 정부가 부분적인 정보를 토대로 계란 섭취의 위험을 성급히 공표했다고 한다.

류영진 처장: 위해평가는 제가 오랫동안 저희 처에서 계속해 왔다. 국제기구의 계측 방법이 있어 일부 학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양수 의원: 그렇다면(매일 먹어도 위험이 없다면) 살충제 계란을 왜 폐기하나.

류영진 처장: 식품위생법상 폐기하게 돼 있다.

이양수 의원: 법에 의해서 하는 거지, 유해성은 없다는 건가. 처장의 안이한 인식이 문제다. (중략) 그럼 오늘부터 제가 매일 살충제 계란 2.6개를 먹어도 되나.

류영진 처장: 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저희가 (살충제 계란을) 다 차단하기 때문이다.

이양수 의원: 2.6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되냐는 질문이다.

류영진 처장: 살충제 계란 2.6개를 평생 먹을 순 없지 않나.



류 처장은 그동안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빚어온 ‘설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데에만 급급했습니다. 이낙연 총리가 류 처장의 거취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웃음을 띄고 “(직접 들은 적이) 없다”고 답해 “가소로운 질문이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매일 2.6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무해하다’는 식약처의 발표를 놓고 쏟아지는 질타에도 전문성있는 답변보단 의원들의 우려를 일축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오늘부터 제가 매일 2.6개씩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경우는 희박하다. 살충제 계란 2.6개를 평생 먹을 순 없다”고 답했습니다.

야당 의원의 ‘사퇴’ 요구에도 류 처장이 해명만 이어가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개호 농해수위원장 권한대행은 “됐습니다! 됐고요!”라며 그의 말을 잘랐습니다. 류 처장은 이 총리가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서 자신을 질책한 것을 두고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개호 위원장은 “식약처장이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했는데, 짜증이 아니라 질책한 것 아니냐. 식약처장의 답변 태도를 여러 의원들이 지적하는데 답변할 때 신중을 기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겨레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살충제 달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의 질의에 가볍게 웃다(맨위)가 사과한 뒤(가운데 사진),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3) ‘적반하장’



장면1.

김태흠 의원(자유한국당): 류 처장은 (잘못된 발언으로 혼란 일으킨) 이후에도 상임위에서 업무의 기본도 파악을 못해서 의원들의 질타받고 이낙연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도 향후 대응계획 등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해 총리가 “제대로 답하지 못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질책도 들었다.

류영진 처장: 잘못된 부분이 있고 많이 와전됐으니 설명할 기회를 주시면….

김태흠 의원: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업무 파악도 못하고….

류영진 처장: 언론에서 나온 거랑 다른 부분이 있다.

김태흠 의원: 언론 탓하지 마시라. 총리도 질책하고 여야 의원들이 다 질타했잖나. 이걸 왜 언론 탓으로 돌리나.

장면2.

이양수 의원(자유한국당): 식약처가 살충제 계란을 매일 여러 개 먹어도 괜찮다고 한 것이 맞나. (‘살충제 위해평가’ 발표 관련)

류영진 처장: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해야 된다.

이양수 의원: 성인이 한번에 126개 계란을 먹어도 괜찮은 게 맞나.

류영진 처장: 피프로닐 달걀을 평생 먹어도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발표한 것인데, 먹은 분들은 불안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양수 의원: 지금 시기에 이런 것을 발표하는 게 옳은가.

류영진 처장: 언론에선 발표 안 한다고 난리였다.

장면3.

정인화 의원(국민의당): 류 처장의 오락가락 대응 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다.

류영진 처장: 오락가락이라는 건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다.

저인화 의원: 류 처장에 대해 그만두라는 말까지 나왔다. 어제 국회 예결위 질의 때도 답변을 잘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모든 걸 볼 때 처장님이 대통령의 신뢰를 어기고 국민들 신뢰도 잃었다고 본다.

장면4.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 류 처장이 국내산 달걀은 모니터링한 결과 먹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류영진 처장: 발표한 건 아니다.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가 국내산(의 안전성)을 묻기에 “안전하다” 했다. 대외적으로 한 게 아니고 조그만한 신문들 지면 몇 개를 장식한 거다. 그걸 16일날 국회 복지위에서 찾아서 들춰낸 거다. 그것 때문에 국민들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은 좀….

류 처장은 그의 책임을 묻는 곤혹스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책임 전가에 급급했습니다. 때로는 ‘언론 탓’으로, 때로는 ‘국회’ 탓으로 돌렸습니다. 식약처의 오락가락 대응을 지적하는 말에는 “오락가락이라는 건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답했고 앞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말해 혼란을 키운 데 대해선 “조그마한 신문 몇 개가 보도한 걸 국회가 들춰낸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살충제 계란을 매일 2.6개 먹는다고 해도 건강에 해를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는 식약처의 위해 평가가 거듭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에 해서도 “언론은 발표를 안한다고 난리였다”고 답하며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같은 시각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이낙연 총리가 “두 부처 사이에 일치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기간이 며칠동안 있었다. 그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락가락 대응’에 대해 사과한 것과 대비됩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류 처장의) 초기 업무파악이 부족해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류 처장의 이같은 태도에 야당은 “류 처장이 임명 당시 국민 건강을 책임질 사람으로 소개됐지만 자기 입도 책임 못지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국민들이 앞으로 처장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나”(김태흠 의원)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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