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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친부모 만나러 왔어요" 가족찾기 나선 해외입양인 12명 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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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덴마크·노르웨이서 12명 방한…지난해 3명 가족 상봉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해외입양인연대(G.O.A.’L)는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돼 양부모의 품에서 성장한 입양인들이 모국을 처음 방문해 친부모 찾기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해외입양인연대가 마련한 제10회 모국방문행사(First Trip Home) 행사에는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국적의 해외입양인 1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DNA 검사와 유전자 등록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입양기록이 남아있는 기관과 보육시설을 방문해 뿌리 찾기 활동을 벌인다.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방문해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둘러보고 서울 관광에도 나선다.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안고 살아온 참가자들은 방한 기간 가족과 만나게 되기를 고대하지만 입양 당시의 자료가 상세하지 않은 데다 어렵게 찾아도 친부모의 기피 등으로 쉽지 않다. 지난해 행사에서는 19명이 방한해 3명이 가족과 상봉했다.

해외입양인연대 관계자는 "입양인은 대체로 좋은 환경에 입양돼 성장했음에도 왜 입양됐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로 자리하고 있다"며 "모국 방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힐링이 되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친부모와의 상봉"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 입양인은 16만 7천710명에 이른다.

해외입양인연대는 이번에 방한한 입양인들의 친가족 상봉을 돕기 위해 참가자 중 12명의 정보를 공개했다. 제보는 전화(02-325-6522·6585, 010-9110-6522)로 하면 된다.

◇ 지준성(31·미국)

1986년 3월 7일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173-8의 나산부인과의원에서 출생했다. 1986년 6월 21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고 미주리 캔자스시티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성장한 지 씨는 2016년부터 가족찾기를 시작했고 홀트를 통해 친모는 당시 20살의 고교 자퇴자로 서울의 공장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족의 역사와 한국을 배우는 것은 내 인생에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 방한했습니다. 가족을 만나면 지금 잘살고 있고 행복하다는 것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해외 입양 당시의 모습(사진 좌측)과 현재



◇ 김수경(혹은 경수·51·미국)

1966년 7월 7일 경기도 파주 출생. 1967년 5월 2일 친모가 한국사회봉사원에 입양을 의뢰했고, 위탁모 노순자 씨를 거쳐 1967년 4월 28일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27년째 미용사로 근무하며 아들(30)과 딸(24)이 있다. 친부모는 22살에 결혼해 7개월간 함께 살았다. 친모의 성은 김 씨며 당시 친부는 주한미군으로 상병이었다. 임신 3개월 때 친부가 미국으로 떠났고 어머니가 입양의뢰 전까지 키웠다.

"친어머니를 만난다면 미국에서 좋은 삶을 살았고 그런 기회를 주워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입양 당시 모습(사진 좌측). 결혼식(가운데)과 현재



◇ 문도희(37·미국)

1980년 1월 28일 낮 12시 27분 출생. 출생 장소는 불확실하며 홀트아동복지회 근처의 산부인과로 추정된다. 태어나자마자 홀트로 입소됐고, 현재 이름은 당시 마포경찰서의 조사관이 지어줬다. 1980년 10월 미국 하와이로 입양됐다. 하와이에서 가족과 주유소를 운영하며 4명의 아들이 있다.

2009년부터 친가족 찾기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임신 사실을 고모와 친부만 알았고 다른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것, 당시 어머니는 18살에 성이 '정'이고 아버지는 24살에 '문' 씨라는 것과 둘이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입양 당시 상황이 궁금하고 내 아이들이 날 닮은 거처럼 나도 부모를 닮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미국 입양된 문도희 씨의 입양 당시(사진 좌측)와 현재



◇ 유정현(39·미국)

1978년 6월 3일 태어났고, 1978년 11월 25일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은 쪽지와 함께 서울 북부경찰서 앞에서 발견됐다. 한국사회봉사회에서 위탁가정(여운순 씨)을 거쳐 1979년 4월 10일 미국으로 입양됐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

좋은 양부모를 만나 미네소타주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친부모를 만나고 싶은 열망을 누를 수 없어 10년 전부터 찾고 있다.

"입양기관에 더 이상의 정보가 없지만 단서라도 찾고 싶은 심정에 방한했죠. 친부모에게 날 버린 것을 용서했다고 말하고 손자와 손녀의 존재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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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현 씨 입양 당시(사진 좌측)와 현재



◇ 황미옥(37·미국)

1980년 2월 25일 출생으로 1981년 4월 8일 친모가 홀트아동복지회 부산사무소에 입양을 의뢰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입양 후 양부로부터 학대를 받는 등 불우하게 성장했다. 양모는 항상 친가족을 찾아보라고 권유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했고 현재 예술대학원 휴학 중이다. 2011년 자가면역질환인 전신성피부경화증으로 5년 시한부 진단을 받고 3년간 침대에서 생활하며 치료를 받았다.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으나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언제 죽을지 몰라 그 전에 꼭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는 희망에 방한했다. 홀트에서 친모를 찾았다지만 상봉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황 씨는 "친모를 만난다면 임신 당시 상황에 대해 듣고 싶고 가족 병력이 있는지와 집안에 무속인이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황미옥 씨의 입양 당시 모습




◇ 이연희(29·미국)

1988년 12월 20일 부산시 북구의 노영옥산후조리원에서 태어난 직후 친모가 동방사회복지회 부산지사에 입양을 의뢰했다. 미숙아로 태어났기에 황달에 걸려 춘해병원에 입원했고 혈관종이 있었다. 1989년 2월 25일 백순자 씨 가정에 위탁됐고, 1989년 7월 26일 미국으로 입양됐다. 워싱턴주립대 재학 중이며 시애틀 아동 재활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친가족 찾기에 나서서 지금까지 파악한 친가족 정보에 따르면 김 씨인 친부는 당시 23살이었고, 전남 완도 출신으로 이 씨인 친모는 19살이었다. 1988년 초에 만나 연애를 했고 결혼은 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부산에 있는 신발공장에서 같이 근무했다.

"친부모에게 더 나은 삶을 선물해줘 감사하다는 것과 당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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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씨 입양 당시(사진 좌측)와 현재



◇ 김영숙(37·덴마크)

1980년 5월 11일 태어나 다음날 부산 남광아동복지회로 보내졌고, 1980년 6월 12일 한국사회봉사회로 인계돼 1980년 8월 29일 덴마크로 입양됐다. 두 아이의 엄마고 병원에서 정신과 병동 간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친가족을 오래전부터 찾고 있지만 유일한 정보는 출생 당시 친모가 17살이라는 것이 전부다.

"친부모를 만나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내게도 형제·자매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잘살고 있다는 것도 전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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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씨 입양 당시(사진 좌측)와 유년시절 그리고 현재



◇ 채금지(32·덴마크)

1985년 6월 13일 부민클리닉(마산시 혹은 부산시 소재) 출생. 태어나자마자 친모는 병원을 혼자 떠났고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1985년 8월 22일 덴마크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법무법인에서 법률사무보조원으로 근무 중이며 3년 전부터 친가족 찾기에 나섰으나 출생 당시 사진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양부모 밑에서 사랑이 충만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라고 보냈다고 믿으며 친부모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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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당시의 채금지(사진 왼쪽)와 유년시절 그리고 현재



◇ 김광우(41·덴마크)

1975년 4월 20일 출생. 부모는 니트 공장에서 일하며 동거 중이었을 때 김 씨를 낳았다. 친모는 아이가 태어난 지 15개월 때 가출했고, 친부가 입양기관인 한국사회봉사회에 맡겼다. 갓난아기 때 엉덩이 위에 주먹만 한 혹이 있던 게 특징. 당시 친부는 22살이고 친모는 23살이었다.

"임신하고 나니 뿌리에 대한 궁금증이 더 강해졌습니다. 왜 입양을 보냈는지 묻고 싶지만 지금 불행하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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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우 씨의 입양 직후 모습




◇ 구민경(39·덴마크)

1978년 6월 22일 출생. 생후 6개월간 친부모와 지내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져 1980년 3월 13일 덴마크로 입양됐다. 친모 오 씨는 구 씨를 낳을 당시 23살로 키 163㎝에 얼굴이 둥근형이었다. 구 씨는 오른손 중지와 약지에 원인불명의 화상이 있는 게 특징이다. 5년 전부터 친가족 찾기를 시작해 2년 전에 친부를 찾았고 이번에 상봉할 예정이다.

"너무 설레지만 나를 낳아준 어머니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친모를 찾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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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로 입양된 구민경 씨의 입양 당시(사진 좌측)와 현재



◇ 도우미(22·노르웨이)

1995년 1월 27일 14시 46분에 전북 익산시에 소재한 산부인과에서 40주의 미숙아로 출생. 친모의 입양의뢰로 1995년 6월 16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16살 때부터 친가족 찾기를 시작했다.

친모는 도 씨로 당시 39세에 대졸·무직·미혼·혈액형 O형·키 159㎝·몸무게 54㎏에 긴 얼굴형이다. 3남 1녀 중 둘째로 약혼자 사망 후 태어난 이복형제는 친척게 맡겼고 그 후에 친부를 만났으나 임신 후 헤어졌고 도 씨를 출산 후 바로 입양기관으로 보냈다. 친부는 당시 40세로 대졸·건설업 종사·미혼·혈액형 A형·키 173㎝·몸무게 73㎏·큰 눈에 둥근 얼굴형이다.

"노르웨이에서 좋은 양부모 가정에서 행복하게 성장했습니다. 친부모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와는 닮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원망하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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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씨의 출생 당시 사진(좌측)과 가운데는 위탁모가 안고 있는 모습(가운데)이고 오른쪽은 현재



◇ 주명희(38·노르웨이)

1979년 11월 5일 부산에서 출생 직후 친모는 병원을 떠났고 산부인과 의사인 주명숙 씨가 이름을 지어주었다.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1980년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현재 스페인에서 공연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노르웨이에서 행복하게 성장했지만 늘 뿌리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살았습니다. 제가 왜 버려졌는지 친부모님은 어떤 분들인지 너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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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희 씨의 입양 당시 모습(사진 좌측부터), 청소년기와 현재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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