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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K-9 내부 폐쇄기에서 연기와 화염…" 장비 결함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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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들이 전하는 사고상황]

"장약 사용량 3개→5개로 늘려… 포 발사 후 남은 장약 터진 듯"

사망자 2명에 1계급 진급 추서

지난 18일 사격 훈련 중 발생한 K-9 자주포 사고 관련 장병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부상자들은 가족들과 면회에서 "자주포 내부 폐쇄기에서 이상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쇄기는 탄약과 장약을 삽입하는 장치로 자주포 내부에 있다.

그날 오후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포탄 사격 훈련을 하던 K-9 자주포에서 불이 났다. 사고 자주포에 타고 있던 장병들은 2발을 쏘고 3발째 발사를 준비할 때 폐쇄기에서 연기와 화염이 났다고 말하고 있다. "함께 타고 있던 안전통제관이 '대기! 대기!'라고 외치던 순간 포탄이 나가고 폐쇄기 내 장약(포탄을 쏘기 위해 장착하는 화약)이 터지더니 후폭풍이 일었다"는 것이다.

폐쇄기는 포신의 뒷부분에 있다. 포탄이 발사되고 나면 폐쇄기가 자동적으로 열리고, 탄약과 장약이 자동 장전된다. 군 관계자는 "2번째 포탄 발사 후 완전히 연소됐어야 할 장약의 화약성분이 일부 타지 않고 남아 있다가, 폐쇄기가 열리면서 유입된 공기와 닿으며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사격 훈련 때 평소보다 장약 사용량을 늘렸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부대는 평소 훈련 때 포탄 1발당 장약 3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거리를 늘려 훈련하면서 장약 5개를 넣었다는 것이다. 규정 위반은 아니다. K-9 사격 때 1발당 최대 6개의 장약을 사용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명 늘었다. 군 당국은 19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정모(22) 일병이 이날 새벽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후송 중 숨진 이모(26) 중사와 정 일병 등 2명이고, 5명이 부상했다.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엔 두 사람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국방부는 20일 "사망한 이 중사와 정 일병에게 각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일 장병들이 K-9 자주포 사격 훈련 중 숨진 이모(26) 중사와 정모(22) 일병의 빈소가 있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추모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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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5시쯤 같은 부대원 15명이 조문을 왔다. 한 영관급 장교는 정 일병 아버지 앞에서 울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일병은 최근 휴가를 나와 부대에서 표창장 받은 것을 자랑했다고 한다. 정 일병 아버지는 "부대원들이 적응하는 것을 도와줘서 지금까지 내 아들이 잘해온 것"이라고 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 부대원들이 슬퍼하는 것이 아들을 위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조문객 김태영(23)씨는 "이 중사 밑에서 군 생활을 했다. 병사들 부모님이 찾아오면 '사고 없이 무사히 전역시키겠다'고 안심시켰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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