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들이 전하는 사고상황]
"장약 사용량 3개→5개로 늘려… 포 발사 후 남은 장약 터진 듯"
사망자 2명에 1계급 진급 추서
그날 오후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포탄 사격 훈련을 하던 K-9 자주포에서 불이 났다. 사고 자주포에 타고 있던 장병들은 2발을 쏘고 3발째 발사를 준비할 때 폐쇄기에서 연기와 화염이 났다고 말하고 있다. "함께 타고 있던 안전통제관이 '대기! 대기!'라고 외치던 순간 포탄이 나가고 폐쇄기 내 장약(포탄을 쏘기 위해 장착하는 화약)이 터지더니 후폭풍이 일었다"는 것이다.
폐쇄기는 포신의 뒷부분에 있다. 포탄이 발사되고 나면 폐쇄기가 자동적으로 열리고, 탄약과 장약이 자동 장전된다. 군 관계자는 "2번째 포탄 발사 후 완전히 연소됐어야 할 장약의 화약성분이 일부 타지 않고 남아 있다가, 폐쇄기가 열리면서 유입된 공기와 닿으며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사격 훈련 때 평소보다 장약 사용량을 늘렸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부대는 평소 훈련 때 포탄 1발당 장약 3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사거리를 늘려 훈련하면서 장약 5개를 넣었다는 것이다. 규정 위반은 아니다. K-9 사격 때 1발당 최대 6개의 장약을 사용할 수 있다.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명 늘었다. 군 당국은 19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정모(22) 일병이 이날 새벽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후송 중 숨진 이모(26) 중사와 정 일병 등 2명이고, 5명이 부상했다.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엔 두 사람의 분향소가 차려졌다. 국방부는 20일 "사망한 이 중사와 정 일병에게 각 1계급 진급을 추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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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병들이 K-9 자주포 사격 훈련 중 숨진 이모(26) 중사와 정모(22) 일병의 빈소가 있는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추모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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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5시쯤 같은 부대원 15명이 조문을 왔다. 한 영관급 장교는 정 일병 아버지 앞에서 울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일병은 최근 휴가를 나와 부대에서 표창장 받은 것을 자랑했다고 한다. 정 일병 아버지는 "부대원들이 적응하는 것을 도와줘서 지금까지 내 아들이 잘해온 것"이라고 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너무 슬퍼하지 마라. 부대원들이 슬퍼하는 것이 아들을 위한 일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조문객 김태영(23)씨는 "이 중사 밑에서 군 생활을 했다. 병사들 부모님이 찾아오면 '사고 없이 무사히 전역시키겠다'고 안심시켰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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