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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제주의 속살②]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품은 동쪽 마을 '가시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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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제주관광 10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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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 표선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가시리마을은 600년 목축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옛날 말을 키우던 제주 산마장(山馬場) 중 최대 규모를 지닌 녹산장(鹿馬場)과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甲馬場)이 있던 곳이다. 드넓은 초지와 오름이 어우러져 예부터 최적의 말 방목지로 꼽혀왔던 그곳에 지금은 옛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조랑말체험공원이 들어서 오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랑말체험공원은 조랑말박물관과 승마장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캠핑장 등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어 1박 2일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아름답다면,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실망감은 다소 상쇄된다. 가시리는 그런 곳이다. 길게 펼쳐져 있는 유채꽃과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임을 뽐낸다. 어쩌면 과거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었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가로지르는 길이었을 때부터 그 길의 아름다움은 찬란하게 빛났으리라.

이런 아름다운 길을 품은 가시리 마을은 제주의 목축문화를 이끌어왔다. 가시리 마을 주변 오름과 목장길을 연결해 만든 20km길이의 갑마장길을 걷는 사이사이 푸른 목초지에서 놀고 있는 조랑말과 돌담, 그 뒤에 서있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느긋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넓은 목장 부지에 조성된 조랑말체험공원에서는 조랑말박물관, 따라비 승마장 등 말과 관련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마을에는 순대국, 두루치기 등 맛있는 먹거리도 풍부해 허기를 맛있게 달랠 수 있다.

조랑말박물관은 가시리 마을에서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직접 건립,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 최초 리립 전문 박물관이라는 뜻 깊은 타이틀을 갖고 있다. 리립 박물관이라고 해서 결코 가벼이 둘러볼 곳은 아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관이며 각종 시설이 주변 환경과 묘한 동질감을 자아내며 더욱 멋스럽고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오름을 본떠 만든 무채색의 원형 건물은 안에 무엇이 있을까, 보면 볼수록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내부 전시관은 제주의 토종말인 조랑말과 제주의 오랜 목축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시된 패널들을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제주마’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주마는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의 공식 명칭이다. 예전에는 과실나무 아래를 지나다닌다 해서 과하마(果下馬), 토마, 재래종 말, 제주 재래마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2000년부터 ‘제주마’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따라비승마장이 조성되어 있는 마을 공동 목장은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말들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말과 교감하며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승마 체험은 트랙을 도는 기본 코스(약 1.2km)와 초원 코스(약 2.5km, 약 3.5km), 외승 코스(약 13km)로 나뉘며, 가격은 1만~10만 원 선이다. 승마 체험 외에 말 관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말똥 줍기, 솔질하기, 안장 채우기, 먹이주기 등 말과 교감을 나누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공원 부지와 인접한 녹산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었던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화사한 봄나들이 기분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길가에 드문드문 주차할 공간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곳에 내려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다. 예전 녹산장이 있던 자리에는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제동목장이 들어서 있다. 부근에 자리한 정석항공관에 살짝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대록산(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이다. 특히 봄철에는 대록산 아래 초지가 온통 유채꽃 천지가 되어 바람 불 때마다 노란색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4월경 이곳에서 유채꽃축제가 벌어진다. 따라비오름은 부드러운 능선이 몇 개씩 겹쳐 있어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특히 억새가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이 으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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