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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이런 식약처장이 국민 건강 총괄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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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16일 국회 답변을 보면 그가 식약처장으로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류 처장은 취임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 정도를 넘어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의원들이 전국의 계란 생산량, 유통 과정, 국내 소비량, 문제 농가가 유통시킨 수량 등을 물었지만 우물쭈물하기만 했다. 모두가 중요한 정보들이다. 답답해진 의원들이 다그치면 "보고 못 받았다" "농식품부 업무라 파악 못 했다"고 했다. 계속 이런 식이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탄이 쏟아졌다. 야당에서는 "식약처장이 계란이 도매상으로 갔는지, 소매상으로 갔는지도 모르나"고 했고 여당 의원조차 "식약처 공무원들은 (처장이) 이렇게 나와 헤매게 해서는 안 된다.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하고 나오라"고 했다.

류 처장은 앞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국민은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이미 농식품부에서 살충제 계란을 확인 중이었다. 그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호언만 한 것이다. 결국 나흘 뒤 남양주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확인됐고 정부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계란 파동을 확대시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

류 처장은 약사 출신으로 약국을 운영했다고는 하지만 식품과 의약품 문제에 관한 전문적 연구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식약처장이란 막중한 자리를 맡은 것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란 것뿐이다. SNS에 다른 당 사람들을 향해 '사이코패스' '패륜아'라는 막말을 쏟아낸 걸로 눈에 띄었다. 청와대는 그를 임명하며 "국민 건강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그 반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 인사는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 가장 균형·탕평·통합 인사라는 평가를 국민이 내려주고 있다. 능력 있으면 과거 묻지 않고 썼다"고 했다. 제 흠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나치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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