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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국민 궁금증 못 풀고 대중가요가 화제 된 대통령 첫 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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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1시간에 걸쳐 15개 질문을 받고 답변했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문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지금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엄청난 세금이 드는 복지·공약 사업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문 대통령 답변은 사실상 '걱정 말라'는 것뿐이었다.

정부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건강보험·기초연금·아동수당 확대 등 5년간 총 80여 조원이 소요될 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지금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탈원전 등에도 수조원씩 든다. 이것과는 별도로 대선 때 내걸었던 각종 공약 사업을 이행하는 데도 178조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이날 회견에서 구체적인 문답이 오가고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무 내용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재원으로 충분히 감당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매년 20여 조원 적자를 내 빚을 내야 하는 게 나라 살림 사정이다. 올해 상반기 12조원 세금이 더 걷히긴 했지만 운 좋은 세수 호황이 계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 리스크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세수가 급감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은 다른 재정 지출을 삭감해 추가 재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예산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나 계속 사업 같은 경직성 지출이어서 연간 수십조원 규모 구조 조정은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추가 증세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자식 세대 지갑을 털어 지금 쓰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5년 동안은 문제없다"고만 할 뿐 5년 뒤 재원 조달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 한번 늘어난 복지 지출은 절대 줄일 수 없다.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기초연금이나 건보 지출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떻게 5년은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일부 전문가는 남유럽형 재정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문답도 일절 없었다.

문 대통령이 '문제없다'는 취지로 답하자 더 이상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본질인 기자회견은 내용이 없었고 화제가 된 건 회견장에 흘러나온 대중가요들이었다고 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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