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속보] 법원, '광복절 사드반대집회' 미·일 대사관 방향 행진 불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6월 24일 오후 '6·24 사드 철회 평화 행동' 참가자들이 미국의 사드배치 강요 등의 주권 침해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으로 포위 행진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광복절인 15일 주한 미국·일본대사관을 ‘인간띠’ 형태로 둘러싸는 형태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반대 집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법원은 사드 반대 단체의 ‘대사관 포위 집회’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14일 ‘8·15 범국민 평화행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추진위는 광복절 오후 3시 30분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명이 참여하는 ‘8·15 범국민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사드 배치 철회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한일 위안부합의·한일군사협정 철회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집회 이후에는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광장과 율곡로를 거쳐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을 지나 주한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경찰은 대사관 앞쪽 행진만 허가하고 뒷길을 지나는 행진에 대해서는 금지를 통고했다. 대사관 같은 외교 관련 기관은 건물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집회·시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추진위 측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집시법 등을 고려하면 외교기관 경계지점 100m 이내에서의 옥외집회 또는 시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외교기관 등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일 대사관 관계자가 ‘광복절이 미·일 대사관의 휴일이기는 하나, 최근 북핵 관련 세계정세와 광복절의 시기적 특성 등으로 직원 일부가 출근해 근무한다’고 했다”며 “이 사건 집회 및 행진이 신고 내용에 따라 이뤄질 경우 미·일 대사관 직원들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고, 대사관에 있는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갇힌 상태로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어떤 침입이나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지역을 보호하고 공관 안녕의 교란이나 품위 손상을 방지해야 할 접수국의 특별한 의무’를 규정한 빈협약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추진위는 미·일 대사관 앞길에서 집회 및 행진을 개최할 수 있어 집회 목적을 상당 부분 이룰 수 있다”며 “경찰의 금지통고는 적법하다”고 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6월 24일엔 민노총 등 수십 개 단체가 참여하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의 ‘미국 대사관 포위 집회’는 허용한 바 있다. 당시 전국행동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가진 뒤, 미국 대사관까지 약 2㎞를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행진을 불허하자 전국행동은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집회 전날 "미국 대사관과 종로소방서 사잇길을 20분 이내에 신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행진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당시 "집회가 한미관계에 민감한 현안인 사드 배치문제에 반대의사 표시를 할 목적으로 개최되지만, 미국 대사관은 사드 배치에 관한 의사결정기관이 아니고 24일은 토요일로 업무가 없는 휴일"이라며 "잠시나마 미국 대사관을 에워싸는 모습으로 행진해 사드 배치 의사 표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일 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질서유지인 300명을 둬 평화 집회를 다짐하고 있고 기존의 사드 배치 반대집회 역시 별 문제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 대사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진을 전면 금지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종로소방서의 기동로가 장시간 방해받아 화재, 응급 등 긴급 출동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집회의 시간과 방법을 일부 제한했다"고 했다.

법원의 허가로 전국행동이 실제 약 19분간 ‘미 대사관 포위 집회’를 진행하자 미국 대사관은 집회 직후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미국 대사관은 “한국 정부가 인간띠 집회를 허용한 것은 외교 공관 보호 의무를 규정한 '빈 협약'에 비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외교부에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15일은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전군구국동지연합회,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30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4시 대학로에서 ‘8·15 구국 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이들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대학로에서 종각·을지로를 거쳐 대한문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양측이 가까운 거리에서 집회를 여는 만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경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