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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유병언 시신 신고자, ‘신고 보상금’ 지급 소송 패소···법원 “유병언임을 알고 신고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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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수배 중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한 시민이 정부를 상대로 “신고 보상금을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신고자가 신고 당시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인식하지 못했기에 보상금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뒤 이를 경찰에 신고한 박모씨가 “신고 보상금 일부인 1억여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달여 뒤 정부는 세월호가 소속된 선박회사의 회장인 유 전 회장을 법인자금 횡령·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현상수배했다. 5억원의 신고 보상금을 내건 정부의 현상수배 광고에는 유 전 회장의 사진 6장과 외관상 특징 등이 기재됐다.

유 전 회장은 그해 6월12일 전남 순천시에 있는 한 매실밭에서 부패된 시신으로 박씨에 의해 발견됐다. 박씨는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고, 시신 주변에 소주병 등이 놓여 있었던 점을 고려해 경찰에 ‘알콜 중독으로 죽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신고했다. 수사기관의 부검·감정 결과, 신고 한달여 뒤인 그해 7월 시신의 신원이 유 전 회장으로 밝혀졌다. 이에 박씨는 유 전 회장 신고 보상금을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고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고 대상이 유 전 회장임을 인식하고 신고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행위’는 신고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유병언이라는 점, 또는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제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박씨가 경찰에 유 전 회장의 시신을 신고할 당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라고 밝힌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박씨)는 변사자가 유병언이라거나 유병언으로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원고의 변사자 신고가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상수배 광고에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밝혀 신고하라는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는 박씨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현상수배 광고의 특징상 내용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 같은 표현 방식이 일부 있으나, 평균인의 관점에서 보면 현상수배의 내용을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으로 인지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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