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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코스피·나스닥 다 펄펄 끓는데…코스닥 너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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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승장 소외된 까닭 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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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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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코스피 18.5%·나스닥 18.6%↑

코스닥은 3.3% 상승에 그쳐

세계 랠리 기술주가 이끌지만

코스닥 IT엔 반도체주 18% 뿐

‘제2 주도주’ 금융은 거의 없어

바이오·헬스케어 비중 24%나

한미약품 사태 이후 힘 못써

대형주 위주 장세에 더 정체

새 정부 중소·벤처정책에 ‘희망’

소비 반등에 내수회복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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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역사는 2017년 5월4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다시 쓰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28일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으로 2400선에 턱걸이했지만, 5월4일 사상 최고치 돌파 이후 신기록 행진이 석 달 가까이 이어져 왔다. 반면 동생격인 코스닥 시장은 지난 세기말 닷컴주 광풍 이후 뚜렷한 부활의 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보기술주(IT)가 이끈 이번 세계증시의 동반 랠리에서 한국의 기술주 시장을 표방하는 코스닥의 소외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을 찬찬히 뜯어보면 현재의 대세 상승 주도주와 코스닥의 주력 업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진단한다.

반도체는 드물고 바이오는 흔하고

올해 들어 코스피는 28일 현재 18.5% 올랐지만 코스닥 지수는 3.3% 상승에 그쳤다. 미국은 반대다. 코스닥 시장이 모델로 삼은 기술주의 본산인 나스닥 시장의 지수는 올해 18.6% 올라 다우지수 상승률(10.3%)을 크게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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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이 나스닥 지수나 코스피 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구성 업종의 비중에 차이가 있어서다. 케이비(KB)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나스닥 시가총액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1.2%(6월 말 기준)로 단연 높다. 최근 거품 논란이 일지만 ‘팡’(FANG, 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인터넷 4인방이 나스닥 지수 최고치 행진을 이끈 주역들이다.

코스닥 시장도 기술주 비중이 35.6%로 코스피(33.9%)에 견줘 조금 높다. 하지만 정보기술 업종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작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반도체주 비중은 18.4%에 그친다. 코스닥 정보기술업종의 주류는 소프트웨어(31.6%)와 하드웨어(27.3%)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버티고 있는 코스피는 기술업종에서 반도체주 비중이 75%로 압도적이다. 한국거래소 반도체 지수와 코스피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각각 23.4%, 32.9%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종합한 정보기술 지수 상승률(7.1%)은 두 자릿수에 못 미쳐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 격차의 주요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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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은 또 금융업종 비중이 1.4%에 불과해 코스피(13.5%)는 물론 나스닥(6.1%)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 이마저도 기업인수합병목적회사인 스팩(SPAC)이 대부분으로, 은행·증권·보험회사는 전무해 코스닥에는 사실상 금융주가 없다고 보면 된다. 코스피 금융업 지수는 올해 들어 24.7% 올라 이번 랠리에서 반도체와 함께 주도주 구실을 톡톡히 했다. 김영환 케이비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의 상승률 격차(10.9%포인트)에서 반도체와 금융업종의 영향이 84%(9.2%포인트)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 제약 등 헬스케어 업종의 비중이 24.2%로 코스피(3.5%)에 견줘 훨씬 높다. 따라서 헬스케어 성적표가 코스닥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코스닥 제약주의 올 상승률은 4.6%로 반도체 등 코스피 주도주에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은 지난해 10월 이후 내리막을 걸으며 한때 6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특히 제약주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9월30일 코스피 상장사인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 해지와 미공개정보 내부거래 의혹이라는 악재가 불거져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병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지수가 매물 벽이 두터운 700선을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헬스케어주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물고기’의 설움과 희망

나스닥 시장의 시총 1~5위인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뉴욕증시는 물론 전 세계 상장기업 시총 빅5이기도 하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견줘도 ‘미니스닥’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코스피 시총 상위 100위 안에 진입할 수 있는 기업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메디톡스, 씨제이이앤엠(CJ E&M) 등 4개뿐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시총(13조3148억)은 코스피 25위 수준이다. 큰물에서 놀겠다며 최근 코스피로 이사 간 카카오는 44위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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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가 이끄는 이번 상승장에서 코스닥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중소형주의 상대적 부진은 코스닥의 문제만은 아니다. 코스피 안에서도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 수익률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주(시총 상위 100개 기업)는 20.9% 올랐지만 중형주(101~300위)는 10.1%, 소형주는 1.9% 오르는데 그쳤다. 미국 증시에서도 중소형주 지수에 해당하는 러셀2000 지수 상승률은 5.6%로 대형주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 반면 일본(자스닥)과 유럽(유로스톡스)의 중소형주 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14%대로 대형주 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주도주 랠리는 세 차례 있었다. 2006~2007년 조선·철강 등 중국 수혜주, 2009~2011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2014~2015년 화장품·헬스케어 중심의 내수주 랠리다. 코스닥이 고대하는 것은 2014~2015년의 중소형주 강세장이다. 당시 성장성이 부각된 바이오주와 중국 소비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2014년 초 496에서 2015년 7월 782까지 올랐다.

코스닥 시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 발표로 중소형주의 수급이 개선돼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정책 등과 같은 ‘제이노믹스’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코스닥에 반영되는 시기는 내년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 소비심리 개선이 소매판매 증가로 이어져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보였고, 6월 소매판매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기업 중심인 코스닥 시장의 상승 여부는 내수 증가율의 반등에 달려있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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