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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기술력 인정받아 우즈베키스탄에서만 5번째 가스처리시설 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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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부가 해외건설 현장⑥]현대ENG, 우즈베키스탄 '칸딤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축적된 노하우로 업그레이드 된 운송 능력…제2실크로드 열다

저가수주 현장의 손실로 해외건설시장에서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국내 건설사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최근 기획부터, 시공, 금융조달,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올해 예상되는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0조달러. 지난해보다 3.8% 성장한 수준이다. 대형건설업계가 위기의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건설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지, 커지는 세계건설시장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현장들을 찾아가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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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부하라 지역의 칸딤(Kandym) 가스전을 개발해 연간 81억㎥의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시설과 도로, 철도, 전력망, 통신망 등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을 수행중이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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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유럽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는 오래 전부터 국내 건설사에게 중동을 대신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국가마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어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 중심부에는 과거 실크로드 문화의 중심지로, 역사적으로도 중앙아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천연가스 매장량, 중앙아시아 최대 인구(약 3000만명, 2016년 7월 CIA자료 기준)를 바탕으로 세계경제 위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노후화된 가스전들로 신규 가스전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라 건설업계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아직 사회주의 체제 흔적이 많이 남아 있고 건설기준과 제도가 구(舊)소련 방식을 따르고 있어 정부로부터 건설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와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곳에서만 기술력과 특유의 친밀감을 발휘하며 5건의 가스처리시설 수주를 따냈다. 중앙아시아 플랜트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며 제2의 실크로드를 열고 있는 것이다.

◇칸딤 가스처리시설, 공정률 92.8%…계획보다 5개월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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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칸딤 가스전 FEED 수행을 통해 향후 사업에 대한 정보를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입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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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Tashkent) 남서쪽으로 520㎞ 떨어진 부하라(Bukhara) 지역에서 '칸딤 가스처리시설(UKAN)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부하라 지역의 칸딤(Kandym) 가스전을 개발해 연간 81억㎥의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시설과 도로, 철도, 전력망, 통신망 등 관련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5년 2월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루크오일(Lukoil)과 우즈베키스탄 국영 석유가스공사의 합작회사인 LUOC LUOC으로부터 총 사업비 26억6000만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5년 6월 착공한 현장의 현재 공정률은 92.8%로 계획보다 5개월 앞서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1차적으로 가스 상업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기간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은 발주처로부터 무한신뢰를 받게 된 에피소드도 만들었다. 항상 서면으로 공정보고를 받던 발주처 경영진은 꾸준히 계획보다 앞선 공정률을 제출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9월 현장을 방문했다.

실제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공사를 눈으로 보게 된 루크오일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술력과 사업수행능력에 감탄하며 향후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모든 입찰에 현대엔지니어링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관섭 현장소장은 "발주처 관계자에 의하면 그동안 공기를 앞선 시공사가 없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한국 기업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며 "현장 모든 관계자와 조화롭게 어울리는 인간적인 모습도 깊은 인상을 주어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발주처와 현지 관계자들의 신뢰도와 호감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누적 수주 약 49억弗…모든 입찰 초청 약속 받아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1년 6월 6억9000만달러 규모의 '우스튜르트 가스케미컬 플랜트(UGCC)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우즈베키스탄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 해 8월에는 칸딤 가스전 개발 마스터 플랜 수행을 위한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기본설계) 용역을 2억4000만달러에 수주하면서 진출 첫 해부터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칸딤 가스전 FEED 수행을 통해 향후 사업에 대한 정보를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입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이후 성공적인 사업수행을 통해 발주처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어 지난해 준공한 칸딤 가스전 개발을 위한 선행(Early)사업(4억2000만달러)과 지금의 사업 모두 수주에 성공했다.

임관섭 현장소장은 "우즈베키스탄의 큰 공사는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롭다"며 "핵심 기간 사업인 칸딤 가스전 개발의 밑그림부터 연계사업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지난 6년여 동안 보여준 끈기, 스피드, 성실성, 기술력과 우수한 수행능력이었다"고 전했다.

이외에 지난 2013년 12월 수주한 11억8000만달러의 가스액화처리시설(Gas To Liquid, GTL)과 지난해 12월 타키하타쉬(Takhiatash) 복합화력발전소를 3억7000만달러에 수주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현지 누적 수주액은 약 49억달러가 됐다. 이는 국내 건설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주한 전체 금액 약 106억7000만달러 중 46%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유례없던 '선입고 후통관' 당국에 제안해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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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압소버를 싣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마산항을 출발해 현장에 이르기까지는 총 2만4000㎞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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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은 세계에서 두 곳뿐인 내륙국가로 두 나라를 거쳐야만 바다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제약과 더불어 사회주의적 행정 때문에 자재와 설비가 통관을 거치는데 수개월이 걸리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건설사업에 있어 공사기간은 생명과도 같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플랜트에 사용되는 가장 큰 중량물인 '메인 압소버(Main Absorber-천연가스에 포함된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흡수탑의 일종)는 높이 37.8m, 무게 320여톤에 달하는 거대 중량물이다.

메인 압소버를 한국에서 현장까지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옮기느냐가 사업의 품질과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마산항을 출발해 현장에 이르기까지는 총 2만4000㎞. 수행실적 중 최장거리인데다 우즈베키스탄 지리적 여건상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이 복합된 고난도 물류라는 점에서 성공여부와 소요기간을 놓고 대내외적으로 걱정어린 관심이 쏟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러한 우려를 뒤엎고 당초 예상 운송기간인 140여일보다 한 달여 단축한 112일만에 현장입고를 마침으로써 공기단축과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는 운송 1년전부터 철저히 준비한 본사와 현장의 물류·통관 담당자들의 노력과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즈베키스탄 내 여러 프로젝트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중량물의 훼손과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립된 중량물을 트레일러에 실은 상태에서 현장에 입고하는 것이 최적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별도 절차 없이 서류만 제출하고 중량물은 현장에 '선입고 후통관(Direct Delivery)'하는 방안을 당국 세관에 제안했다.

유례가 없던 방식에 세관장은 손을 저었지만 담당자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상위 본부세관과 지역세관을 오가며 한 달여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중량물 입고 후 반드시 한 달 내 통관을 완료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 공사의 국산화율은 무려 79%에 이른다. 우수한 국내 장비와 자재를 사용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힘들게 번 외화를 우리나라 협력업체들과 나누는 것이 더욱 보람된다고 생각해서다.

임관섭 현장소장은 "첫 진출시 UGCC사업을 하면서 도입했던 '선통관 후면세' 방식도 당시 공정률을 앞당긴 획기적인 묘안이었는데 그동안 여러 사업을 수행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송능력도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현장에 용접기술교육센터를 개소했다. 현장 지역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정된 교육생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1~2기 수료생 49명은 UKAN사업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출 기업이 기술을 전수하는 사례가 없어 발주처와 정부 관계자 모두 호평했으며 현지 대표 국영방송이 취재 및 방영하기도 했다. 수료생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다른 사업 현장에서도 채용될 계획이다.

임관섭 현장소장은 "최근 중국 기업들이 자본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진출하고 있지만 진출국가에 사업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기여하고자 힘쓰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구축한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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