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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현대·기아차, 창사이래 최대 위기…하반기도 ‘탈출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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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010년 이후 첫 분기 순익 1조원↓

영업이익 반토막…기아차 이익률은 3%로 하락

해외 판매 하락에 인센티브는 증가 ‘악순환’

국내선 하반기 파업·통상임금 '암초' 가득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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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실적이 더 나빠졌다.

하반기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부정적인 판매 기조가 지속할 예정인 데다, 안으로는 노조의 대규모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 리콜 등 ‘암초’가 가득해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27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000270)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0% 감소했다. 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IFRS 회계방식 도입 후 처음이다. 현대차(005380)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2조5952억원으로 16.4%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전년보다 34.3% 쪼그라들었다. 2분기만 떼놓고 보면 현대차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8.2% 급감해 역대 최저 수준인 9136억원을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이 발목을 잡았다. 미국 등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마케팅 등에 큰 비용을 쏟아 부었고, 중국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여파로 말미암은 판매 부진으로 판촉이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또 세타2 엔진 리콜 비용으로 3600억원을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매년 하락해 지난해 5.5%로 떨어졌는데, 올 상반기 5.4%로 더 하락했다. 특히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3%에 불과했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해외공장 비중이 작아 환율 변동이 영업이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4.6%로 집계됐다. 경쟁 상대인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9%대를 기록했고, 벤츠나 BMW 등 고급차가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는 점을 비교하면 영업효율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은 하반기에도 사드 보복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남아 있는 이상 부진을 만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달부터 딜러가 특정 회사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차량도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신(新) 자동차 판매관리법’이 중국에서 시행되면서 추후 딜러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내 딜러 이탈 등 근본적인 판매망이 무너지면 사드 여파가 사라진 이후에도 빠른 회복은 장담할 수 없다.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 목표(195만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의 고전은 직격탄이 돼 국내외 올해 전체 판매량도 목표치(825만대)에 120만대가량 모자란 700만대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달 말 준공 예정인 중국 제5공장(충칭공장)도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현재 판매 추세라면 기존 공장 생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신공장에 대한 투자와 유지비용을 고려하면 일부라도 가동해야 손해가 덜하기 때문에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현지 딜러에 제공하는 판매 인센티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수익성 회복이 어렵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공장과 딜러를 포함해 3.9개월 치 재고물량이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 인센티브는 1년 사이 33% 증가해 차 1대당 평균 2800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미국 시장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25%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판매량이 크게 준 데다 경쟁 업체들의 인센티브 경쟁도 과열 상태여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국내에서는 노조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이라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최근 전체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해 언제든지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기아차는 내달 17일로 예정된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 결과에 따른 영향도 우려된다. 노조가 승소하면 사측은 최대 3조원이 넘는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는 이처럼 산재한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해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RV 차종 판매 비중 확대와 재고 소진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이고, 탄력적으로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 예측이 쉽지 않지만, 다양한 신차와 SUV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향상하고 지역별 자동차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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