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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고란의 어쩌다 투자] KB vs 신한, 리딩뱅크 혈투 승자는…1승 2무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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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KB '탈환', 신한 '수성' 전력

①실적…분기는 KB, 반기는 신한

②수익성…NIM은 신한, ROA는 KB

③미래가치…KB, 주가 상승력 높아

④돌발변수…KB, 노사 갈등 우려

[고란의 어쩌다 투자]

KB vs 신한, 리딩뱅크 혈투

2017년 여름 뜨겁다. 그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게 올해 전개될 ‘리딩뱅크’ 혈투(血鬪)다. 신한금융그룹에 KB금융그룹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만해도 두 은행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80~90년대 고도성장과 함께 기업과 어깨동무하며 ‘절친’으로 지냈던 은행들이 선두 대열에 섰다. 국내 5대 은행은 ‘조(조흥)ㆍ상(상업)ㆍ제(제일)ㆍ한(한일)ㆍ서(서울)’(설립 연도 기준)였다.

외환위기가 은행의 운명을 갈랐다. 방만 경영에 덩치만 키웠던 기업들이 치솟는 금리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운명공동체였던 은행도 함께 쓰러졌다. 돈놀이 하는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

그 가운데 살아난 은행은 가계 대출을 주로 취급하던 곳이다. 리딩뱅크의 판도가 바뀌었다. 기업에 돈을 ‘물리지’ 않은 은행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국민은행과 한국주택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KB금융(KB국민은행)이 2005년 국내 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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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윤종규 회장(맨 오른쪽)이 디지털 저금통 '리브통' 1호 가입자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리브통은 금융권 첫 디지털 저금통이다. [사진제공=KB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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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한 번의 파고가 닥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그해 KB가 간신히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지만 2009년엔 신한에 왕좌를 내줬다. 그리고 작년까지 신한은 이를 지켜냈다.

올해는 다르다. 도전자 KB의 주먹이 매섭다. 신한의 맷집도 만만찮다. 혈투의 결과는 어떨지 4가지 포인트로 예측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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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2017 하반기 신한경영포럼 개최 (서울=연합뉴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기흥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2017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전 그룹사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 및 본부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2017.7.15 [신한금융지주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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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실적=1무


지난 2분기 KB는 축포를 쏘아 올렸다. 당기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13.8% 증가한 9901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실적 기준으로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치다. 이로써 상반기 1조860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작년보다 무려 65.3%(7348억원)나 급증한 것으로, 역시 지주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이다.

신한은 2분기 순이익이 8920억원을 기록, 1분기보다 10.5%(1051억원) 줄었다. 그런데 1분기 2758억원에 달했던 1회성 이익(신한카드 대손충당금 환입액)을 제외하면 2분기 실질적인 순익은 1분기보다 23.7%(1707억원)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KB가 신한보다 981억원 더 벌었다. KB가 분기 기록으로 신한을 앞선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상반기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신한은 올 상반기 1조88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2001년 지주 설립 이래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작년보다 29.9%(4343억원)나 급증했다. KB에 289억원 앞서는 수치다.

② 수익성=1무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순이자마진(NIM)이다. 금융회사가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NIM으로 보면 신한이 장사를 더 잘 했다. 신한금융그룹의 NIM은 작년 3분기 1.98%에서 올 2분기에는 2.02%까지 높아졌다. KB 역시 그룹의 NIM이 같은 기간 1.85%에서 2%까지 높아지기는 했지만 절대 수치는 신한에 뒤진다.

그러나 상승폭으로 보자면 KB가 더 가파르다. 신한이 장사를 원래 잘 하긴 했지만, KB가 최근 들어 부쩍 장사를 잘 한다는 얘기다.

특히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KB가 앞선다. ROA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대출ㆍ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실질적으로 얼마 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가리킨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신한은 상반기 ROA 0.95%, ROE 12.2%를 기록했다. 그러나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가능하게 한 일회성 이익인 신한카드 충당금 환입액을 빼고 나면 ROA와 ROE는 각각 0.81%, 10.5%로 떨어진다.

KB의 상반기 ROA 0.96%, ROE는 11.76%로 신한을 앞선다. 게다가 상승 속도도 빠르다. 작년 상반기 ROA와 ROE는 각각 0.68%와 7.77%에 그쳤다.

③ 미래가치=KB 승


기업의 미래 가치는 주가가 말해 준다. 2분기 실적 발표 전, 지난달 29일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신한금융지주를 넘어섰다. 2010년 11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26일 기준으로는 신한이 근소한 차이(41억원)로 앞선다. 신한금융지주는 26일 5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이 25조1326억원이다. KB금융지주는 이날 6만100원으로 거래되며, 시총이 25조1285억원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대체로 KB에 후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사이 KB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2300원이다. 올 들어 40% 올랐는데도, 앞으로 20% 더 오를 수 있다고 평가한 셈이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도 3조1960억원에 이른다.

신한지주에 대해서는 평균 목표주가로 6만2656원을 제시했다. 올 들어 17% 올라 KB에 비해 덜 올랐지만, 앞으로도 18% 밖에 오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순이익도 평균 3조1514억원을 예상, KB에 446억원 못 미칠 것으로 봤다.

④ 돌발 변수=신한 승


신한은 후계 구도가 이미 정리됐다. 신한은행을 이끌던 조용병 행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신한카드를 맡았던 위성호 사장은 신한은행장이 됐다. 올 들어서만 다섯 차례 경영전략 회의를 열며 1위 수성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KB다. 윤종규 그룹 회장 겸 은행장의 임기가 11월까지다. 2014년 이른바 ‘KB 사태(당시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내홍)’를 수습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일등공신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연임은 기정 사실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비은행 부문의 덩치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은행장을 겸임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회사는 9월 말 최고경영자 선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기(?) 잡음이 세어 나온다. KB국민은행 노조는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회장에 대해 날을 세웠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윤종규 회장의 실적에 가려져 KB를 병들게 했던 여러 병폐가 잊히고 가려졌다”며 “현대증권 인수 관련 의혹과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해온 일자리 문제, 윤 회장이 취임 초기 공언했떤 지배구조 관련 공약 미이행이 그 예”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측이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자리였지만, 윤 회장의 ‘성과주의 경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임기 동안 무리한 실적달성을 위한 과도한 업무추진과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을 통한 상품판매 독촉, 영업비용 감축을 위한 영업점 축소와 인력 감축, 성과연봉제 추진 등을 통해 수익성만 강조하는 쥐어짜기식 경영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26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대상 확대를 앞두고 사전 예약독려와 직원별 실적 할당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완전판매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조는 26일 고용노동부에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과 연장근로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윤 회장 취임 이후 은행 내부 규정상 시간외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면 실적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리딩뱅크 혈투에서 신한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 셈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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