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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손현덕의 생각]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몇가지 논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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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현덕의 생각-31]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했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는 게 핵심이고 대표적이다. 일부 기업은 그 바람에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정부도 이들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재정에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니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이다.

문제는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매우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선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할 때 최저임금의 '임금'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일반적으로 임금을 말할 때 월급봉투에 찍히는 실제 임금(실수령 임금),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게 웬만한 전문가들조차 헷갈리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체계가 회사마다 제각각이고 복잡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실수령 임금은 월 300만원인데, 이 중 최저임금에서 말하는 임금의 범위에는 100만원만 포함되고 나머지 200만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들의 임금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조치에 따라 크게 올라간다.

최저임금은 시간당으로 계산하는데 이걸 월 단위로 환산하면 157만원 정도 된다. 여기서 '정도'라고 표현한 것은 월급의 기준이 되는 한 달의 날짜 수가 매월 다르기 때문이다.

왜 157만원이냐? 이건 최저임금 7530원에 209(시간)를 곱해서 산정한다. 왜 209냐 하면 1주일에 48시간치 임금이 지급되고 한 달 평균이 4.35주이기 때문이다. 48시간은 하루에 8시간씩 5일을 근무하면 40시간이고 여기에 추가로 8시간을 더해서 산정한 수치이다.(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를 채웠을 때 8시간의 유급주휴를 부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는 5인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체의 얘기다. 1~4인 사업체의 경우는 좀 더 된다. 주 40시간이 아니라 주 44시간으로 치고 여기에 8시간 유급주휴를 더해 총 52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면 월 단위로 하면 226시간이 된다. 월급은 170만원이 된다. 이게 내년에 새로 적용될 최저임금(월급)이다.

그동안 이 문제가 언론에 부각되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최저임금 산정범위에는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포함되는 걸로 돼 있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지급받는 수당이라는 것도 애매모호하다. 일단 관련 법(최저임금법 6조)을 보면 다음 3가지 경우 최저임금에 산입(算入)되지 않는다.

1.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것.

2. 소정근로시간(또는 소정의 근로일)에 대하여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것.

3. 그 밖에 최저임금액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따로 정하는 것.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의 경우 사용자와 노조는 기본급을 올리기보다는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상여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임금협상을 한다. 기본급 인상을 하게 되면 파급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꺼리고, 또 근로자 입장에서는 수당을 올려야 세금 혜택을 받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급봉투에 흔히 찍히는 △결혼수당 △월동수당 △김장수당 △체력단련비(고정적이지 않은 불규칙 수당) 등과 △연차휴가 근로수당 △유급휴일 근로수당 △일직수당 △숙직수당(소정근로기간 외의 임금), 그리고 △가족수당 △급식수당 △주택수당 △통근수당(복리후생에 관한 수당) 등 부지기수의 수당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사비, 기숙사 및 주택 제공, 통근차 운행 등 현물 형태로 지급하는 것도 있다.

혹시 바로 위에 언급한 수당 중에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답은 '하나도 없다'이다.

그러면 이제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수당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기본적으로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수당들이다. △직무수당 △직책수당 △물가수당 △기술수당 △면허수당 △특수작업수당 △위험작업수당 △생산장려수당 같은 것들이다.

이렇게 볼 때 월급은 제법 많은데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은 적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내년부터 꽤나 두둑한 월급봉투를 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정상적 급여체계에서 비롯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H사 신입사원은 월평균 450만원을 받는데 이 중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시간당 급여로 환산하면 7410원이 된다고 한다. 이 경우 내년 최저임금 7530원보다 적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의 연봉도 덩달아 인상된다는 뜻이다.

[손현덕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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