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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文정부 경제정책방향 '빨간펜 선생님'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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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방향 곳곳에 수정의 흔적 보여…기재부 "협의 과정에서 수정된 것"]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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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초안과 달랐다. 곳곳에서 수정한 흔적이 엿보였다. 단순히 문단을 재배치하고 오타를 바로잡는 수준이 아니었다. 굵직굵직한 내용이 추가되거나 빠졌다. ‘빨간펜 선생님’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방향은 통상 보도시점을 정하고 언론에 사전 배포한다. 대규모 수정작업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기재부는 지난 25일 오전 7시20분경 경제정책방향 수정본을 다시 뿌렸다. 경제정책방향은 같은 날 오전 10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었다.

기재부가 첨부한 정오표(잘못을 바로잡은 표)만 보면 총 32곳이 고쳐졌다. 이 중 일부는 새롭게 추가됐다. 외국인 금지·제한 업종을 전면 재점검하고, 산업·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의미를 되새길 만한 내용도 보인다. 조세정책의 경우 사전 배포자료에는 “고소득·고액자산가 강화 강세”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수정자료에선 “고소득·고액자산가·탈루소득 과세 강화”로 바뀌었다.

탈루소득 과세 강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건 없지만, 경제정책방향에 명시하면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재량지출을 10% 수준에서 구조조정한다는 내용은 아예 빠졌다. 대신 제로베이스(Zero-base) 예산을 통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지출을 효율화하겠다는 더 강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부동산 정책에선 “수급안정을 위해 적정수준의 주택공급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확대에 회의적이었다.

경제정책방향에 명시된 내용만 보면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부는 일반론적인 표현이라며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정본에 논란이 될 표현을 넣은 건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기재부가 당초 작성한 경제정책방향이 당·정·청 협의를 거치면서 최초안과 달라진 것은 특히 지난 20~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청와대와 장관들의 ‘주문’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방향 발표 하루 전 기재부 관료들이 국회를 방문해 주요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주문’이 있었던 것은 불문가지다. 결국 기재부 실무자들은 발표날 새벽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주요 정책내용을 당·정·청이 협의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기재부의 상전이 유독 많아진 문재인 정부의 조직구조가 수정의 범위를 넓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소득세·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만 하더라도 기재부는 기존의 스탠스를 번복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당청에 끌려다니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재정전략회의와 경제현안 간담회 등을 통해 장관들끼리 토론한 내용이 들어갔다”며 “실무적으론 각 부처가 미리 협의했지만 내각 구성이 늦어지면서 불가피하게 바꿔야 할 내용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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