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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천 침수 사망 90대' 배수펌프만 제때 작동했어도 살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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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구월 배수펌프장 전경.2017.07.24. © News1 문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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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문한기 기자 = "비가 많이 내려 배수펌프가 작동되면 굉음이 나고 불빛이 보여. 어젠 그 펌프 소리가 오전 10시부터 들렸어"

인천 남동구 구월동 구월펌프장 설치 지역 바로 옆에 사는 주민 권재옥씨(58·여)가 전날 폭우로 인한 복구현장을 둘러보며 한 말이다.

24일 오후 4시 구월동 주민들은 전날 이 지역 놀이터 옆에 설치된 구월펌프장이 너무 늦게 작동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이상분씨(65·여)는 "어제 오전 9시께 교회를 나서기 전 구월펌프장 배수구를 보니 배수구에 물이 안내려가고 있었다"며 "펌프가 작동되면 펌프 인근에 회오리가 생기면서 물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어제는 오전 10시가 돼서야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관할 구청에 구월펌프장 규모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매번 돌아온 대답은 "예산이 없다" 였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 지역이 호우시 자주 침수되는 상습 침수구역인데 관할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배수펌프장 인근에서 폭우의 잔해를 치우고 있던 김양자씨(73·여)는 "이 동네 17년 살았는데 잊어버릴만하면 폭우로 동네가 침수된다"며 "3년 전까지만 해도 폭우가 내리면 물을 빨아들이는 청소차가 와서 배수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몇 년 전 이웃 중 1명이 폭우가 내릴 때 세면실에 있다가 갑자기 물이 침수되면서 고립돼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다"며 "전날 사망한 90대 노인도 배수작업만 잘 이뤄졌더라도 목숨을 건졌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전날 오전 9시28분께 이 동네에서는 주민 A씨(96)가 자신의 반지하 집에 있다가 갑자기 물이 침수되면서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전날 인천에서 폭우로 인해 발생한 유일한 인명사고였다.

A씨의 아들(61)은 "전날 호우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비가 왔는데 인천시나 남동구에서 미리 인원을 배치해 펌프를 작동했더라면 침수량이 줄어 이런 식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저지대 침수 예방 지역에 배수펌프를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침수지역 중 하나인 구월펌프장은 비가 쏟아진 직후인 오전 8시51분께 가동했다고 밝혔다.
hangi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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