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사진=이동훈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56·사법연수원 18기)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해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와 온도차를 보여 정확한 입장을 내놓으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문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투명한 검찰·바른검찰·열린검찰"을 약속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문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기록만 보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기록이 미흡하거나, 수사가 실패했거나, 경찰의 의견이 잘못된 경우 검찰당국이 보완조사나 추가수사를 해 바로잡아야 한다. 직접수사, 특별수사를 통해 사회에 있는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선 수사와 기소는 분리할 수 없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답변"이라며 "검찰총장이 되면 공수처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기존 검찰의 입장을 강변하는 총장으로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촉구했다.
같은당 조응천 의원도 "검찰이 보충수사, 특별수사를 담당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게 맞냐"고 재차 묻자 문 후보자는 "네"라고 답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계속 같은 답변을 하고 있다"면서 "총장 후보로서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도 "명확한 답변을 안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과 후보자의 생각이 다른거 같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문 후보자는 공수처 설치 방안과 관련해선 "찬반 논의도 있고 찬성 의견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는 "공수처뿐 아니라 특별검사도 저희가 해봤는데, 성공한 특검이 몇번 있었다. 성공한 특검 시스템을 검찰에 제도화시키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 있다"며 공수처 신설 대신 다른 방안을 선호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아울러 "검찰의 특별수사가 지나치게 많고 과잉수사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별수사나 검찰 자체비리 수사 뒤 외부 전문가와 법조 원로를 위촉해 수사기록과 과정을 점검하는 등 통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문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개혁 과제중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는 그동안 검찰총장이 수사에 대한 정치적 간섭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관행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하는 문제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동안 검토돼 왔고 요구가 있어왔다"며 "저는 국회에서 요구가 있으면 정치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출석할 용의가 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후보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수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고 알려진 청와대 캐비닛 문건 수사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주요 사건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이른바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의혹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추가로 모아진 자료를 확인하고 새롭게 조사할 단서가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수사 없이 청와대에 이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건의 내용을 모르지만 총장이 되면 내용을 파악해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 많다"며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 면세점 로비 의혹 등을 언급하자 "문제된 사례를 들춰내서 살펴본 뒤 단서가 발견되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 후보자는 과거 수사를 맡은 BBK 사건과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해 "두 사건 모두 당시 정치적 관심이 너무 높아서 정치적인 것을 고려 안하고 최선을 다했다"며 "하지만 당시 성완종 사건에 대해 정말 최선을 다해 수사를 했는데 아직 의혹이 다 사라지지 않은것을 보면 제가 부족함있고 수련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구경민, 노규환 인턴,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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